4연승 동학개미, 이젠 '연기금' 겨냥한다
새해 들어 코스피가 3200을 돌파하고 코스닥이 1000을 뚫었다가 상승 동력을 잃고 주춤하자 비난의 화살이 연기금을 향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조원 가량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상승을 억누르는 주체가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기금은 지난해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의 타깃이 됐다. 공매도, 금융투자 양도세, 대주주 요건 등 민감한 이슈를 두고 연승을 거둔 동학개미들의 칼날이 이제 연기금을 향하는 모양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연기금들은 국내주식, 국내채권, 해외주식, 해외채권, 국내외 대체투자 등 자산 부문별로 배분계획을 세워 두고 이에 따른 비중조절을 정해진 주기마다 실시하고 있다.
단일 자산에 100% 투자할 때보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할 때 위험 대비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른 조치다.
이를테면 국민연금은 2020년 전체 자산 중 국내주식, 국내채권에 각각 17.3%, 41.9%의 비중을,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및 국내외 대체투자에 각각 22.3%, 5.5%, 13%의 비중을 두도록 계획을 세웠다.
사학연금은 국내주식 18.4%, 국내채권 28.7%, 해외주식 21.7%, 해외채권 5.7%, 대체투자 및 현금성 자산에 25.5%를 배분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다른 연기금들도 마찬가지다.
계획대로, 마음 먹은 대로 되는 일이란 없듯 자산배분 계획 역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각 연기금이 자산군별로 세워둔 비중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가격 변동에 따라서도 그렇고, 운용 담당자의 매매에 따라서도 바뀐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1차 확산으로 증시가 폭락했을 때다. 국민연금 3월 자산구성 중 국내주식 비중은 15.8%로 떨어졌다.
반대로 2020년 11월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 평가액은 158조2000억원에 달해 전체 기금의 19.6%까지 올라갔다.
2020년 11월말 코스피가 2591.34에 머물렀다가 같은 해 12월말 2873.47까지 껑충 뛰고 올해 들어 종가 기준으로 3200 상단에 머물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국내주식 규모는 훨씬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2020년 운용수익 자료를 발표한 사학연금도 국내주식 비중이 22.6%에 달해 목표비중(18.4%)을 크게 웃돈 상태다.
2020년 12월24일 이후 연기금이 32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어오며 사상 최장 순매도 기록을 매일같이 갈아치우고 있는 것도 이 목표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4일 이후 최근(10일)까지 연기금의 순매도 합계는 10조5700억원에 육박,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5조3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이 규모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목적으로 해외자산 비중을 늘리기로 하면서 국내주식 국내채권 등 국내자산 비중이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국내 주식자산 목표비중을 2020년 말 17.3%에서 올해 말 16.8%로 낮추고 2025년말에는 15% 안팎까지 추가로 줄이는 내용의 중기자산배분계획을 지난해 확정한 바 있다.
사학연금도 국내주식 비중을 올해 말 18.6%에서 2025년말 14.5%까지 낮추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각 연기금들은 자산군별 목표비중을 '점'(點)이 아닌 범위로 운용하고는 있다. 자산가격 변동이 일정 수준이 넘어서면 추가매수나 매도를 통해 비중 범위 내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2020년말 기준)을 17.3%로 두고 있지만 자산가격 변동에 따른 허용범위를 ±2%포인트로 두고 이 비중이 일정 규모 이상 변동할 때 추가매매를 통해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3%포인트로 두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즉 목표비중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 상황에 맞춰 국내주식 비중을 12.3%(17.3%-5%포인트)에서 최고 22.3%(17.3%+5%포인트)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연기금이 상승장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커졌다. 향후 수급자에게 돌려줄 연금기금을 키우기 위해 운용을 하는 것인데 상승장세에 힘을 더하지는 못할 망정 막대한 매물로 시장을 끌어내리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해법은 있다. 목표비중은 목표비중대로 유지하되 자산군별 허용범위, 특히 국내주식 보유 범위를 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연기금 운용정책 담당 관계자는 "국가재정법과 기획재정부의 '기금 자산운용지침 작성 가이드라인'에서 국민연금 등 개별 연기금들이 시장 상황에 맞게 자산군별 비중조절 허용범위를 보다 폭넓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이 조항이 마련돼 개별 연기금들의 최상위 지침인 기금운용 지침이 보다 유연해지면 리밸런싱(자산비중 조절) 주기가 보다 길어지고 상황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도 더 크게 가져갈 수는 있다"고 했다.
실제 GPIF(일본공적연금)가 지난해 코로나 폭락장세에서 일본 국내주식 보유비중 변동폭을 확대한 사례도 있다. 그보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을 때도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내자산 비중을 늘렸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단타매매로 일시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대다수 개인 투자자나 수익성을 최고 가치로 두는 민간 금융투자업자와 달리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유동성, 수익성, 공공성을 차순위 가치로 두는 연기금이 여론에 휩쓸려 자산비중을 조절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반론도 있다.
또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초장기 안정적 자산운용을 목적으로 설계된 자산배분 비중이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수시로 변경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상승장세에서 추격매수를 하고 하락장세에서 손절하는 등 일반 투자자들의 매매기법을 연기금에 적용하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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