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세월' 다시 재연된 신세계-롯데, 인천 유통가 대전
2013년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 경쟁서 롯데 손 들어준 인천시..이번에는?
송도와 청라 동시 공략하는 신세계..돔구장 유치전도 활발
두 그룹 간 경쟁구도는 인천의 정치·행정적 배경과 맞물려 '고지전(高地戰)'에 비유되며 지역 사회에 커다란 이야깃거리로 자리잡았다.
◇SK와이번스 인수한 신세계그룹…연고지 인천의 관심은 '야구장 운영안'
1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오는 23일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인 SK와이번스의 인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지역 연고 야구단인 만큼 신세계그룹은 지난 9일 야구단 인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 위해 인천시와 첫 만남을 가졌다.
신세계그룹과 인천시가 논의할 핵심사안으로는 야구장 문제가 꼽힌다. 시립 체육시설인 문학경기장은 그동안 SK와이번스가 민간 위탁 운영했다. 야구장 명칭도 '인천SK행복드림구장'으로 쓰였다. 인천시와 SK 간 문학경기장 관리 위탁 계약은 2023년 종료된다.
신세계는 문학경기장을 '스포츠복합쇼핑몰'로 재단장하는 구상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 시설 변경이나 리모델링 등을 위해서는 인천시와 협의가 필요하다. 결국 신세계그룹의 야구장 운영 구상안을 인천시가 얼마나 허용해주느냐가 관건이다.
◇2013년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 경쟁서 롯데 손 들어준 인천시…이번에는?
신세계는 1997년부터 인천시와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현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에서 21년 동안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운영했다. 신세계가 인천 지역 유통가 맹주로 자리잡은 것도 이 때부터다.
그러나 2013년 재정 위기에 빠진 인천시가 백화점 건물을 포함한 인천버스터미널을 9000억원 규모로 롯데에 매각하면서 백화점 건물 소유주가 롯데로 바뀌었다. 결국 신세계는 2018년 백화점 건물 임대 계약이 종료되면서 철수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서울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이어 매출 3위를 기록하는 주요 매장이었다. 터미널 매각 직전 연매출도 9000억원에 이르렀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인천 상권의 고지를 롯데에게 넘겨준 꼴이 됐다.
정용진 부회장은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을 직접 찾아가 롯데가 매각하는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터미널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말하는 등 적극적인 매입 의사를 밝혔지만 인천시는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터미널 부지 매각을 결정하기 전 롯데와 사전 접촉해 비밀유지협약까지 맺으면서 관련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는 이 매각이 불공정하다며 인천시와 롯데를 상대로 법원에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까지 냈지만 헛수고였다.
현재 인천에는 신세계백화점이 없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연수점과 검단점, 계양점, 동인천점, 인천공항점 등 5곳에만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송림점뿐이다. 인천의 핫 플레이스인 송도와 청라에는 신세계도 이마트도 없다. 2013년 이후 신세계는 롯데와의 유통 경쟁에서 밀렸다.
반면 롯데는 인천터미널 부지 매입 이후 인근 구월 농산물도매시장 부지까지 사들이면서 이 곳을 일본의 명소인 롯폰기힐스와 같은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같은 배경으로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는 백화점 철수 이후 인천에서 이렇다 할 대규모 사업장이 없던 신세계에게 인천 재공략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8년 전 터미널 부지 매각을 놓고 소송전까지 벌였던 신세계와 인천시의 불편했던 관계도 개선될지 주목된다.
◇송도와 청라 동시 공략하는 신세계…돔구장 유치전도 활발
야구단 인수를 통한 신세계의 인천 유통가 공략은 앞서 1997년 인천에 처음 백화점 문을 열었을 때보다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더욱 거셀 전망이다.
우선 신세계에 의해 스포츠복합쇼핑몰로 재탄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문학경기장은 송도와 가깝다. 과거 롯데에게 밀린 인천터미널 부지와도 직선거리 1㎞이내다. 문학경기장은 터미널 상권을 일부 되찾아오는 동시에 인천의 대표 핫플레이스인 송도 상권도 선점할 수 있는 위치다.
또 다른 인천의 핫플레이스인 청라에도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종합쇼핑몰 스타필드 건립이 공식 추진되고 있다.
신세계가 야구단 인수 과정에서 돔구장 건설 계획을 밝히면서 돔구장 유치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청라에 추진 중인 스타필드의 부지 면적이 축구장 24개 크기인 16만5000㎡에 이르는 등 역대 스타필드 중 최대 크기로 건립될 예정이어서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 일정을 늦추면 돔구장 건설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7일에는 청라 지역 주민단체인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성명을 내 노골적으로 돔구장 청라 유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신세계가 청라에 추진 중인 복합쇼핑몰에는 쇼핑타운과 테마파크, 호텔, 문화시설 등이 계획돼 있고 부지 면적이 여유롭고 교통망이 훌륭하다"며 "돔구장과 연계하면 일본 도쿄돔을 뛰어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라 주민들의 이같은 요구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청라는 아직 대중교통이 제한적이고 인구도 인천 남부 지역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인근의 서구 아시아드 주경기장도 놀고 있다. 2027년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연장선이 개통할 예정이지만 6년 뒤 이야기다.
유통·문화·종합체육시설이 신도시에만 몰릴 경우 인천시도 부담이 커진다. 문학경기장의 기능이 쇠퇴할 경우 원도심 주민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도 "돔구장 건설 논의가 진전되면 당연히 문학경기장 활용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학경기장에 돔구장 건립이 추진된다면 롯데의 터미널 복합 문화공간 추진 사업과 마찰이 불가피하다. 인천시 입장에서는 원도심 개발에 '신세계 돔구장'과 '롯데 롯폰기힐스'의 경쟁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이 결정은 향후 인천시의 원도심 개발 혹은 신도시 개발을 놓고 중요한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천 상권을 둘러싼 신세계와 롯데 간 2차 유통대전은 설 연휴 직후 예정된 야구단 인수 TF에서 인천시와 신세계가 어떤 얘기를 주고받는가에 따라 결과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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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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