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두배 늘린 동학개미의 힘..올해도 나라 곳간 펑크 매울까
작년 총세입 465.5조원, 총세출 453.8조원
주식·부동산 광풍에 양도세·증권거래세 급증
법인세는 23.1% 급감… "올해는 세수 펑크 불가피"
반도체 호황과 삼성家 11조 상속세가 관건
지난해 우리나라 국세수입이 8조원 가량 줄었지만, 동학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풍과 부동산 자산가들 덕분에 ‘세입 펑크’는 간신히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등 주요 세수가 급감한 가운데,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수가 급증이 정부 수입을 지탱했던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도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도 동학개미가 텅빈 나라 곳간을 채워줄지 주목된다. 지난해 주가가 급속히 오른 가운데 급증했던 증권투자 열기가 올해도 계속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증권거래세가 각각 0.02%포인트(P)씩 인하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동학개미보다 지난해 타계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주식 상속세 납부 일정이 세수에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상속세 11조원을 어떻게 납부할 지가 나라 살림살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도세·증권거래세↑, 법인세↓… 올해 세수 펑크 ‘불안’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85조5000억원으로 전년(293조4000억원) 대비 7조9000억원(2.7%) 감소했다. 국세수입은 2013년 이후 5년 연속 증가했다가 2019년부터 2년째 감소세다. 국세수입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수 감소폭을 기준으로는 IMF 외환위기(1998년, -3.0%) 이후 두번째다.
다만 정부의 세입 예상치(279조7123억원)는 5조8339억(2.1%) 웃돌며 결손을 피했다. 세외수입을 더한 총세입(465조5000억원)에서 총세출(453조8000억원), 이월액(2조3000억원)을 제한 세계잉여금은 9조4000억원으로 6년 연속 흑자를 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세입 여건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도 대규모 결손을 피해게 된 것은 동학개미와 부동산 자산가들의 역할이 컸다. 작년 코스피 거래대금은 3026조원으로 전년(1227조원) 대비 1798조원(146.5%) 증가했다. 코스닥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1622조원(153%) 늘어난 2682조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걷어들인 증권거래세는 8조7587억원으로 전년 대비 95.8% 증가했다. 당초 정부의 예상치 4조원을 2배 웃도는 수준이다. 그간 증권거래세 세수의 역대 최대치는 2018년 6조2412억원이었다. 이러한 작년 주식 거래대금 폭증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거래세가 급증하면서 재정에 주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2019년 전체 국세수입에서 증권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였다. 하지만 작년에는 3.1%로 1.6%포인트(P) 급증했다.
증권거래세 뿐만 아니라, 부동산 매각과 대주주·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지불하는 양도소득세도 덩달아 급증을 했다. 작년 양도세는 7조5547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나 늘었다. 상속 및 증여세도 2019년보다 24.6% 증가한 2조462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주요 세수원인 법인세는 각 법인의 실적부진으로 전년 대비 16조7000억원(23.1%) 급감한 55조1232억원에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에는 자산 시장의 호황으로 세입을 채우면서 버텼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며 "작년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시장의 규제를 강화한 만큼, 거래가 적어지면서 양도세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發 법인세 쇼크 올 듯… 반도체·삼성家 상속세는 변수
문제는 올해다. 지난해에는 자산시장의 호황으로 그나마 버텼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 지난해 3월쯤 본격화 된 만큼, 작년 하반기 기업의 실적을 바탕으로 측정되는 올해 법인세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운용도 부담스런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네번의 추경을 진행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늘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도 확장예산 기조를 이어가면서 2021년도 예산 총지출은 558조원으로 작년 예산보다 8.9%(45조7000억원) 증가했다. 국가채무비율은 47.3%로 치솟았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 등 20조원 이상 규모의 추경을 정부측에 압박하고 있는 점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추경시 재원의 대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은 정부 전망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은 세수 측면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법인세 납부액 1~2위 기업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경우, 법인세 납부액도 증가할 수 있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역대 2번째로 1000억 달러를 넘길 전망이 나오는 등 슈퍼 사이클이 예고 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005930)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5조9939억원으로 전년보다 29.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78% 늘어난 236조807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000660)의 작년 영업이익도 5조126억2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4.3% 증가했다.
여기에 고(故) 이건희 회장의 주식 상속세 11조366억원도 세수 펑크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상송세 신고 및 납부 기한은 오는 4월 30일까지다.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경우, 5년 간 나눠서 납부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의 재정이 주식, 부동산, 상속세 등 불규칙 세입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가 돈을 쓰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파와 지원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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