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 신앙 베스트셀러 작가는 왜 前아내를 고소했을까

결혼 1년만에 불화..아내, 남편 성폭력 혐의로 고소
결국 이혼..남편, 폭행죄 확정되자 협박으로 고소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신앙간증(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으로써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는 일) 서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면서 한때 개신교 청소년들의 롤모델이었던 남성이 전 배우자와 고소전(戰)을 벌였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2015년 B씨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이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혼 직후부터 불화를 겪어 동거와 별거를 반복했다.

B씨는 결혼한 지 1년이 갓 넘은 2016년 8월 A씨에게 이혼을 하자고 요구했다. B씨가 A씨에게 이혼을 요구한 명목은 A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부적절한 영상을 촬영하고 자신 명의의 서류를 위조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씨가 이혼을 거부하자 B씨는 A씨를 2017년 1월 성폭력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B씨 의사에 반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와 B씨는 이혼소송 끝에 2019년 7월 이혼을 했고, A씨는 B씨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런데 A씨는 폭행 유죄판결이 확정되자 B씨를 고소했다. B씨가 2016년 10월 이혼에 응하지 않으면 자신의 사생활을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있지도 않은 사실로 자신을 협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B씨를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으나, B씨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최근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가 이혼에 부정적이던 A씨에게 이혼 합의를 설득하면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기사로 내겠다'는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했다.

이어 "A씨가 부적절한 동영상 촬영과 사문서 위조로 고소돼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또 B씨가 실제로 언론에 제보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A씨가 사생활에 관해 대중의 관심을 받을 지위에 있는 사람이거나 사회적 지위로 사건이 기사화될 가능성이 높았는지 의문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이혼소송과 수사·재판을 거치는 동안에는 협박에 관해 언급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자신의 폭행죄 유죄 판결이 확정되자 고소를 했다"고 했다.

김 판사는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B씨의 발언과 문자메시지는 다투는 과정에서 한 감정적 표현에 불과해 A씨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의 고지가 있었더라도 B씨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가능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의 항소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