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설 연휴, 뮤지컬 넘버로 '코로나 블루' 날려볼까
짜릿한 카타르시스 '중력을 벗어나'
꿈과 신념 담은 '이룰 수 없는 꿈'
새로운 날의 희망 전하는 '메모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이번 설 연휴도 ‘집콕’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답답함을 떨쳐내기 위해 철저한 방역으로 안전을 지키고 있는 공연장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선뜻 밖으로 나서는 게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뮤지컬 넘버로나마 ‘코로나 블루’를 날려보내는 것은 어떨까.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중 힘든 일상에 위로와 희망을 전할 넘버들을 모아봤다.
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는 중력과도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해방감을 관객에 선사한다. 1막 대미를 장식하는 ‘중력을 넘어서’(Defying Gravity)다. 주인공인 엘파바가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뒤 차별과 불의에 맞서고자 하늘을 날아오르며 부르는 ‘위키드’의 대표 넘버다.
벨팅 창법을 필요로 하는 고음과 함께 실제 배우가 무대 위로 비상하는 고난도의 무대 기술로 실제 공연에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날아올라, 중력을 벗어나 하늘 높이 날개를 펼 거야 날 막을 순 없어”라는 가사는 해방감과 희망을 함께 전한다. 워낙 유명한 곡인 만큼 ‘겨울왕국’으로 잘 알려진 이디나 맨젤을 비롯해 국내 대표 뮤지컬 여성 배우인 옥주현, 차지연, 박혜나, 정선아 등이 부른 버전을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위키드’는 5년 만의 공연으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옥주현, 손승연이 엘파바 역에, 정선아, 나하나가 글린다 역에 캐스팅돼 열연을 펼친다. 공연 관계자는 “작품 속 메시지이기도 한 ‘중력을 벗어나’는 코로나19로 위축된 현실에 맞선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아 어느 때보다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드’는 오는 5월 1일까지 공연한다.
코로나19로 반복된 개막 연기 끝에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힘든 현실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을 노래한다. ‘맨 오브 라만차’하면 빠질 수 없는 넘버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은 극 중 자신을 기사라고 믿는 괴짜 노인 돈키호테의 꿈과 신념을 담은 곡으로 ‘맨 오브 라만차’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표 넘버다. 실제 공연에선 두 번에 걸쳐 등장한다. 1막에서 돈키호테가 홀로 부르는 ‘이룰 수 없는 꿈’이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면, 2막에서 알돈자가 부르는 ‘이룰 수 없는 꿈’은 무모한 꿈을 향한 응원과 위로를 전한다.
잔잔하게 시작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은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라는 가사로 깊은 여운을 전한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춘 지금, 꿈은 꼭 이뤄진다는 메시지는 더욱 절절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유튜브에서는 ‘맨 오브 라만차’를 대표하는 배우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의 버전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주연 배우들의 버전도 훌륭하지만, 이번 공연을 앞두고 주연을 제외한 출연진들이 함께 희망과 위로의 메시를 담아 부른 커버 버전도 추천한다. 공연은 오는 3월 1일까지.
전 세계 유일한 프로덕션으로 국내서 내한공연 중인 뮤지컬 ‘캣츠’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새 날의 희망을 전한다. ‘캣츠’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곡 ‘메모리’(Memory)는 팬데믹 시대와 맞물려 새로운 날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꿈을 포기할 수 없음을 함께 노래한다.
‘메모리’는 극 중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넘버로 ‘캣츠’를 보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명곡 중의 명곡이다. 늙고 초라한 모습의 그리자벨라가 찬란하게 빛났던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찾아올 희망을 노래하는 곡으로 언제 들어도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지금,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는 더욱 큰 울림으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워낙 유명한 곡인만큼 초연 멤버였던 일레인 페이지, 팝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다양한 버전을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초연 40주년 기념으로 지난 9월 서울에서 시작한 ‘캣츠’는 대구를 지나 지난달 22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배우 조아나 암필은 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그야말로 ‘역대급’이라 할 만한 ‘메모리’를 들려준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다음달 5일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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