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세상] 'PTSD·암 유발한다니'..질병 희화화에 두번 우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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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에서 질병 관련 표현이 유행어처럼 사용되자 질병과 환자를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볍게 사용하는 질병 관련 표현이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PTSD와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의 경우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라며 "악의가 없더라도 이 표현이 환자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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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다현 인턴기자 =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온다'라는 표현이 자주 보이는데, 당사자에게는 큰 고통입니다. 가볍게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A씨)
"암 투병 후 돌아가신 가족이 있는 입장에서 '발암'이라는 단어를 조롱하듯 사용하는 것을 보니 화가 났습니다."(트위터 이용자 B씨)
최근 온라인에서 질병 관련 표현이 유행어처럼 사용되자 질병과 환자를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뇌정지·발작버튼'…무심코 쓴 표현, 환자·가족엔 깊은 상처
질병 관련 표현을 일상 용어처럼 사용하는 사례는 인터넷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기 위한 '암 걸린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말하는 '뇌 정지', 감정 격화 계기를 가리키는 '발작 버튼' 등 다양한 표현이 우스갯소리처럼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불쾌한 경험 등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PTSD 온다'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PTSD는 전쟁, 자연재해와 같은 극심한 외상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라 정상적 사고가 어려워지는 심리적 반응이다.
SNS에서 'PTSD'를 검색하면 '과제라는 단어를 들으니 PTSD가 오기 시작했다', '노래를 잘 못 부르는데 노래방에 가니 PTSD가 온다'처럼 가볍게 사용된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질병 관련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희화화해 사용하는 것은 해당 질병을 경험한 환자와 주변인에게 고통을 준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PTSD를 겪고 있다는 누리꾼은 "나는 PTSD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이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암 투병 환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다른 누리꾼도 "암이라는 것은 인터넷에서 쓰이는 것처럼 (단지) 답답하고 화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사자와 가족의 삶이 무너지는 고통을 농담처럼 사용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남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삼으면 안 돼"…자정 노력도 이어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언어 사용을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이용자는 "요즘 PTSD라는 단어를 사소한 일에 사용하는 일이 많다"며 "실제 환자에게 PTSD는 단지 기분 나쁜 수준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남의 아픔을 쉽게 여기는 단어가 너무 많아진 것 같다", "질병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동의하는 댓글을 달았다.
일부 누리꾼은 PTSD를 비롯해 각종 질병을 경험한 환자 사례를 공유하며 해당 표현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환자 모습을 설명하거나 자기 경험을 언급하는 식이다.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서 가볍게 쓰는 단어 PTSD'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드라마에 등장한 PTSD 환자의 사례를 묘사함으로써 심각성을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 게시글에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댓글이 120여 개 달렸다.
트위터 등 SNS에도 'PTSD 온다, 정병(정신병) 온다, 발암이다'와 같은 말을 농담이나 유행어처럼 쓰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가볍게 사용하는 질병 관련 표현이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PTSD와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의 경우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라며 "악의가 없더라도 이 표현이 환자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질병이나 장애를 희화화하는 표현은 듣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말하기"라며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언어 사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shinda02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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