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치매 투병' 윤정희 방치 논란..파리의 후견인 소송, 왜?

윤정희, 백건우 부부 /사진=뉴스1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윤정희는 1976년 결혼 이후 40여년간 서로를 변함없이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윤정희는 백건우의 국내외 연주여행에 빠짐없이 동행하며 남편을 물심양면 지원해왔습니다. 그런 윤정희가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2년 전 백건우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투병 소식에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한 국민청원글이 이런 분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는데요. 윤정희가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윤정희 후견 두고 프랑스에서 소송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를 구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윤정희의 친정 가족으로 추정됩니다. 윤정희가 10여 년째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이지만 남편과 별거상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외롭게 투병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백건우와 윤정희의 친정 가족들이 후견인 자격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였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백건우와 딸은 지난 2019년 7월 프랑스 법원에 윤정희의 성년후견인 자격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윤정희의 친정식구들인 동생 3명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양측의 이견은 곧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11월 프랑스 법원은 딸을 후견인으로 선임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7일 백건우의 소속사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해당 내용은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부부의 딸 아파트 바로 옆 집에서 가족과 법원이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정희는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과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해명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정희 성년후견인 다툼, 국내였다면?

만약 백건우 부부가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서 성년후견인을 선정한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나라의 성년후견인 제도는 2013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정신적, 신체적 제약으로 재산 관리나 법률행위를 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피후견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돕기 위한 제도입니다.

지금은 작고한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후견인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면서 대중들에게도 이 제도가 알려졌습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도 관련이 있어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최종적으로 ‘사단법인 선’이 신 명예회장의 후견 업무를 맡았습니다.

후견인 선정은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법원에서 진행됩니다. 후견인이 된다고 해도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후견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주어진 권한 내에서 피후견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합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후견인은 가족 중에서 지정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친정 가족보다는 남편인 백건우나 딸이 후견인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정희가 별도로 친정 가족들을 후견인으로 삼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신 명예회장의 사례처럼 제3자에게 후견인을 맡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후견인을 두고 다툼이 치열해 어느 쪽에 맡기더라도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경우입니다. 윤정희의 경우도 재산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측돼 이를 두고 또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 피후견인의 안정된 삶을 위해 변호사 등 제3자에게 후견인을 맡길 수 있습니다. 법인이 후견인을 맡는 것도 가능합니다. 신 명예회장의 후견 업무를 맡은 사단법인 선 역시 법무법인 원에서 만든 공익 법인이었습니다.

후견인으로 선임된 사람 또는 단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윤정희 친정가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경우, 후견인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성년후견감독인 제도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성년후견인을 감독하는 성년후견감독인을 별도로 선임하는 겁니다. 성년후견감독인은 후견인에게 그의 임무 수행에 관한 보고와 재산목록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재산상황도 조사할 수 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송민경 에디터

[관련기사]☞ 이재영·이다영 학폭 이끌어낸 '김연경 저격글' 뭐길래☞ "귀여워서" 손녀딸에 몹쓸짓 하는 인면수심 할아버지들☞ 3살 딸 사망…친모는 혼자 이사가 재혼, 양육수당 챙겼다☞ '후배 위해 연봉까지 줄였는데…' 김연경, 리더십 재조명☞ 김혜수, 과감한 드레스에 전세계 단 하나 뿐인 목걸이

송민경(변호사)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