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수생' 안철수의 단일화 승부수..기호 2번이냐 4번이냐
"막판 여론조사가 중요..안철수 어려워질 수도"
조직력 열세 등 과제..'기호 2번' 달 수 있을까
'적폐 세력' 몰았던 국민의힘과 손잡기 딜레마
'기호 4번'으로 나간다면 시너지 승리 어려워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미니 대선',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한국 정치판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정치 지형에서 제3지대, 중도 이미지를 흡수하고 있는 안 대표는 그동안 선거마다 '단골' 단일화 소재로 등장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 2011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의 '아름다운 양보' 외에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과의 제3지대 단일화를 넘어,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와의 최종 경선을 통해 범야권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안철수, 정치 생활 10년 동안 다섯 번의 단일화 시도
안 대표의 정치 역사는 단일화의 역사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0년 정치 생활에서 모두 다섯 번의 단일화 이슈 한복판에 섰다.
단일화의 시작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안 대표는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박원순 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아름다운 양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단일화'로 평가하기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결단이었다.
이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또다시 단일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대표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막판 '특사협상'까지 결렬되면서 결국 사퇴하게 된다. 이후 안 대표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뒤 돌연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안 대표를 둘러싼 세 번째 단일화 바람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불었다. 당시 안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3자 단일화' 여론이 대선 막판까지 요동을 쳤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안 대표는 당시 3위(득표율 21.41%)였지만, 2위인 홍준표 후보(득표율 24.03%)와 2.62% 격차로 선전했다.
네 번째 단일화 바람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였다. 당시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1강' 우위에 선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후보인 안 대표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결국 기 싸움 끝에 단일화는 실패했고 박 전 시장이 3선을 확정 지었다. 당시 안 대표는 김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단일화의 장이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열렸다. 안 대표는 무소속 금태섭 후보와 이른바 '제3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는 예비경선격인 제3지대 단일화 뒤,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 경선을 거쳐 야권 단일후보를 내는 2단계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현저한 조직력 차이 등 과제
대선을 1년 앞두고 열리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야권에 다소 유리한 여론 속에서 치러지는 형국이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야권에서 일제히 단일화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만큼 정치공학을 통한 단일화를 이루지 않고는 본게임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종 단일화가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야권에서는 대체로 단일화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다만 안 대표 개인으로서는 단일화를 승리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있다.
먼저, 안 대표가 금 전 의원과 단일화 뒤 여세를 몰아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 승부를 치르더라도 조직력에서 약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자구책이 필요하다. 원내 102석을 가진 국민의힘과 원내 3석뿐인 국민의당의 체급 차이가 워낙 큰 만큼 최종 경선 결과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단일화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정치권 인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 직전에 많이 앞섰지만 결국 노 후보가 여론조사 4.6% 신승을 거뒀다"며 "당시 당에서 총동원령을 내렸다. 조직이 없었으면 노무현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만큼 조직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조직력 차이가 현저하다.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라면서 "국민의힘이 서로 제 살 깎아먹기를 안 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며 나름대로 축제 분위기로 만든다면, 여론조사가 앞서는 안 대표도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막판 여론조사도 변수다.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형 후보들이 출마한 만큼 안 대표와 격차를 좁히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 한 전직 의원은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 후보가 뽑히는 시점의 여론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에 대한 요구가 있어서 단일화 자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국민의당) 3자 대결을 해도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면 다른 조건들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최종 단일화 시기 여론조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도 이길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다"며 자당 후보가 안 대표보다 우위라는 메시지를 내는 것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고 봤다. 그는 "기다리면 앞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계산"이라고 했다.
TBS와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조사한 박영선·안철수·나경원 3자 가상대결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37.5%로 가장 많은 응답을 나타냈고 이어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25.0%,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2.7%였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본질적 딜레마…'기호 2번' 달 수 있을까
안 대표가 단일화의 '산'을 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직력과 정치공학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도 이미지로 외연 확장성을 강조한 안 대표가 결국 '기호 2번'(국민의힘 기호)을 달고 사실상 입당하는 모습을 취하는 게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이 남아있다.
'야권 혁신 플랫폼'을 강조했던 안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해 '비호감'이라는 이미지를 지적해왔다. 그랬던 안 대표가 이른바 '신적폐'라고 규정한 문재인 정권에 대해 극렬 반대하면서, 과거 '적폐 세력'으로 몰았던 국민의힘과 손을 잡는 모습이 지지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아울러 제1야당으로 원내에서 민주당 다음으로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야권이 유리한 선거판에서 자당 후보를 반드시 내야 하는 입장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못 내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오면) 당 체면이 말이 아니니까, 국민의힘 당원은 오세훈·나경원·오신환·조은희 넷 중 한 명이 되면 그 사람이 단일 후보가 되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안 대표가 단일화에서 승리를 거둬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기호 2번'이 아닌 '기호 4번'으로 나간다면 선거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인 국민의힘 지지 세력을 완전히 자기 표로 결합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안 대표가 후보 이전에 '공당의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국민의힘도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는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단일후보가 될 경우 입당 여부에 대해 "단일화 이후 우리 당 후보가 아닌 사람이 되면 그 때 입당하고 나서 기호 2번을 할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할지 이런 문제를 정하는 것은 협상 과정에서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단일화를 던지는 자체가 국민들에게 일단 부정적"이라며 "정당을 상품이라고 (비유)한다면, 상품을 내놓은 다음에 국민의 심판을 받아가면서 커나가든지 해체하든지 해야 하는데, 이기기 위해 단일화를 한다면 다당제가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안 대표는 다당제를 주장했던 사람이 아닌가. 단일화를 해서 국민의힘에 간다면 안철수의 정치를 지지할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면서 "결국에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정치공학에 승부를 거는 것이고, 이것은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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