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으려다 경기 꺾을라..'진퇴양난'에 빠진 정부
경제 상황 엄중해 금리 0.5% 유지
물가·고용 악화, 확장 재정은 지속
경제 회복·집값 안정, 다 잡으려면
"저소득층 선별 지원..효과 더 커"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저금리 정책이 (집값 등) 자산 가격을 빠르게 올려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공개한 1월15일자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 위원은 국내·외 경제 동향과 평가를 논하며 "실물 경제 회복 속도보다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준 금리를 정하는 한은 금통위 위원도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는 "통화 정책과 소득 및 자산 불평등 간 관계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면서 "자산 불평등 문제에 통화 정책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의견은 계속 이어졌다. 기준 금리 조정을 위해 위원별로 의견을 개진할 때 한 위원은 "실물 경기와 자산 가격 간 격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충격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완화적 거시 정책을 펼친 결과 세계적으로 나타난 공통 현상"이라면서도 "한국은 주택 정책 요인 등이 가세하면서 그 정도가 커졌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 경제 주체의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민간 부채가 증가하는 데 더 깊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완화적 통화 정책 지속이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와 소득 격차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날 금통위 회의 결과 기준 금리는 0.5%로 유지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물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회복 신호 중 하나인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하지 않고, 취업자 수 등 고용 지표가 여전히 나쁘다는 점도 이런 결정에 힘을 보탰다.
한은에서도 집값 등 불평등 해소는 통화 정책이 아닌 재정 정책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산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복수의 금통위 위원 의견에 한은 내 관련 부서에서는 "통화 정책 효과는 무차별적이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 정책·구조 개혁 정책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재정 당국에 책임을 돌린 셈이지만, 기획재정부도 확장 재정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지난달 물가 지표가 썩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0.6% 오르는 데 그치면서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한파와 폭설로 채솟값이,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달걀·닭고기 값이 급등했는데도 1% 선을 넘지 못했다.
고용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1월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98만2000명(-3.7%)이나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100만명 가까이 감소한 것은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22년 1개월 만이다.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째 줄곧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기재부는 경제 상황이 아직 엄중하다고 보고, 활력 회복을 위해 재정 투입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일 연 제29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좋지 못한) 고용 지표에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더 두터운 지원, 사각지대 보강 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제4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한은·금통위 위원의 권고에도 전 국민 보편 지급 병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기재부·청와대는 9일 당·정·청 비공개 회의를 열고 제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를 서두르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민주당에서 제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지급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민간 경제 전문가는 아직 돈을 거둬들일 때는 아니라면서도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선별 지원이 더 낫다고 제언한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통화·재정 정책을 보수적으로 바꿀 만큼 경제 지표가 좋지는 않다"면서 "저금리·확장 재정 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가겠지만, 그 전에 경제 전반을 최대한 돌도록 정책 구조를 짜야 한다.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편이 승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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