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말고 농협으로 출근했으면"..로또 1등은 행복할까?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로또 1등 당첨금을 받을 수 있는 농협 본점을 지나 출근하는 저는 매주 월요일마다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회사 말고 농협으로 출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 원(4조3181억 원)을 넘어선 걸 보면,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라는 표현이 무리는 아닐 겁니다.
복권은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잘 팔리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불리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황으로 ‘대박’을 꿈꾼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로또, 나만 당첨 안 되나요?
보통 로또는 새해 첫날을 앞두거나 음력설 연휴를 앞두고 판매량이 늘어나는데, 지난해에는 크리마스의 기적을 바란 사람들이 많았는지 12월20∼26일 943회차에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그 주에만 1001억 원어치가 팔렸고 판매량은 1억8만1432건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등 당첨자는 525명이었고, 이들이 받은 총 당첨금은 1조1290억 원입니다. 2등은 3428명이었고 3등 13만1430명, 4등 641만6957명, 5등 1억566만1724명이었습니다.
또 로또복권 운영사 동행복권에 따르면 올해 1월 1등 당첨자는 총 66명으로, 지난해 12월 당첨자 37명보다 2배가량 많았습니다. 이들 가운데 자동은 40명, 수동 23명, 반자동은 3명입니다.
한 주 평균 약 13명의 당첨자가 나왔고, 평균 당첨금은 약 18억 원(이하 세전)으로, 지난달 28억 원에 비해 10억 원 낮습니다. 1월 최소 당첨금은 12억, 최고 21억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많은 숫자 속에도 제가 끼지 못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은 장면에 영감(?)을 얻어 로또를 샀다는 누리꾼이 떠올랐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은 뒤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담겼는데, 선수들의 등번호가 눈에 들어와 로또를 샀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하나도 안 맞음’. 이를 본 다른 누리꾼들은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라며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또 나를 위한 취미생활과 여행, 파티 등 소소한 일상부터 나만의 사무실, 고급 카라반, 농구장 있는 내 집 마련 등 여유 있는 삶을 꿈꾸는 건 모두 비슷했습니다.
행운의 1등 당첨자 “행복하겠다고?”
매주 로또 당첨자가 나와도 주변에서 행운의 주인공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로또 1등 당첨자가 한 방송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한 한 남성은 로또 용지를 공개하며 1등은 물론 2등, 3등에도 당첨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로또를 사기 전날 특별한 꿈을 꿨다며, “동네 맑은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물장난 치며 놀고 있는데 돌아가신 아버님이 개울가 한쪽 옆에 앉아서 코피를 흘리고 계셨다. 코피를 막으려고 하니까 막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습니다.
흥미진진한 당첨금 수령기도 공개했습니다. 그는 “시골에서 서울 농협중앙회까지 갈 때 들키지 않기 위해 서울역과 서대문경찰서를 거쳐 농협중앙회로 갔다”며 “직원에게 용지를 건넸는데 그 사람이 사라지니 불안해지더라. 그래도 한참 뒤에 다시 직원이 나타나서 무사히 당첨금 14억 원을 수령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첨자는 “저는 복권 운은 있어도 가족 운은 없어서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며 “사람들이 저를 보고 엄청 행복하겠다고 하는데 저는 가족이 있는 선생님이 더 부럽다. 불운하다고 하셨는데 가족과 멀어지는 게 더 불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불운남’은 “빈손이면 가족과 행복할 수 없다. 혹시 신발이라도 한 짝 주실 수 있을까요?”라며 인생 역전에 대한 꿈을 쉽게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의 모습에 당첨자는 “한 달 동안 로또 하지 마시고 그 돈으로 가족들 선물을 사서 행복하게 지내겠다고 약속하시면 제가 서울 올라올 때 끼었던 장갑을 드리겠다”고 제안했고, ‘불운남’은 제안을 수락하며 “오늘이 바로 제일 운 좋은 날 같다”며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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