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달리는 재규어·랜드로버, 독일차 대항마로 다시 설까?
신차 부재로 수년째 판매 부진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세계 3대 명차라고 하면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이 꼽힌다. 세 브랜드 가운데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영국이 고향이다. 이들 브랜드뿐만 아니라 애스턴마틴, 맥라렌, 재규어, 랜드로버, 미니 등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영국에서 탄생했다. 영국을 자동차의 나라라고 할만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브랜드는 영국 회사가 소유하고 있지 않다.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영국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과 귀족적인 분위기를 내는 차량이 즐비해 대중이 드림카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는 독일차 브랜드가 강세다. 한 때 독일차의 대항마로 영국차 브랜드가 급부상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독일, 미국,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밀려 있다. 영국차 브랜드들이 다시 독일차의 대안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차 신규 등록대수는 1만7388대로 전년 대비 16% 고꾸라졌다. 지난해 독일차는 18만6179대로 시장점유율 67.7%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미국차가 3만3154대, 일본차가 2만564대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 운동으로 일본차 일부 브랜드는 철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영국차는 일본차를 넘지 못했다.
영국차의 고전은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판매 부진에 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대당 수억 원을 훌쩍 넘기는 초고가 차량을 판매하는 브랜드인 만큼 판매량이 많지 않다. 지난해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의 판매량은 각각 171대, 296대다. 영국차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지난해 판매량은 각각 875대, 4801대다. 전년 대비 각각 64.8%, 37.8% 추락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판매량은 매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재규어는 지난 2017년 4125대를 기록한 이후 2018년 2701대, 2019년 2484대로 판매량이 줄었고 지난해에는 세 자릿수 판매량으로 꼬꾸라졌다. 랜드로버는 2017년 1만740대, 2018년 1만1772대, 2019년 7713대를 기록했다. 한때 수입차 '1만 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랜드로버였지만 지금은 반 토막 난 수준이다.
반면 수입차 시장은 호황이다. 지난해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27만4859대로 전년 대비 12.3% 성장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수입차 시장은 역대 최고 판매량을 달성하며 고공 성장 중이다.
시장의 흐름과 달리 역주행 중인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문제점은 신차 부재에 있다. 흔히 완성차 기업들은 신차로 먹고 산다고 말한다. 트렌드를 반영하고 상품성을 높인 신차가 있어야 판매량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매년 주력 차량의 완전 변경 또는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고 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지난해 신차를 전혀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재규어는 지난해 4월 콤팩트 세단 'XE'와 스포츠카 'F-타입'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같은 시기 랜드로버는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펜더'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고성능 스포츠카인 'F-타입'은 수요가 많지 않아 판매량이 많지 않지만 'XE'의 경우 시장 규모가 커 기대가 높았던 모델이다. 'XE'는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등과 경쟁하면서 총 2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롤스로이스가 지난해 12월 한 달간 25대를 판매한 것보다 뒤처지는 수치다. '디펜더'의 지난해 판매량은 426대로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주요 신차의 발표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연기돼 판매량이 전년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부진 원인은 다양하지만 업계에서는 독일차의 벽을 넘어서는 모델의 부재를 꼽는다. 재규어의 주력 세단 모델인 'XE'와 'XF' 등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상품성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랜드로버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현재 포르쉐 '카이엔', 메르세데스-벤츠 'GLE', 아우디 'Q7' 등 고급 SUV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가 람보르기니 '우르스', 마세라티 '르반떼' 등 럭셔리 브랜드도 시장에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거 일었던 품질 이슈와 서비스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랜드로버는 지난 2016년 시장에서 처음으로 1만대 고지를 밟으며 승승장구 했지만 고객들의 품질 불만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구설에 올랐다. 또 서비스 인프라 부족에 따른 서비스센터 이용 불편이 고객 불만을 키웠다. 판매량은 치솟았지만 서비스센터 수가 부족해 고객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현재 26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2019년 말까지 서비스센터를 37개로 확장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센터는 딜러사가 운영하는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서비스센터를 늘릴 여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보인다.
◆ 재규어 이어 랜드로버도 가격 인하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지난달 2021년형 프리미엄 SUV '레인지로버'를 출시했다. 눈에 띄는 점은 몸값을 대폭 낮췄다는 것이다. 판매가격은 스탠다드 휠베이스(SWB) 5.0SC 보그 SE 1억8957만 원, 5.0SC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597만 원, 롱 휠베이스(LWB) 5.0SC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2437만 원, 5.0 SC SV오토바이오그래피 2억9487만 원이다(개소세 3.5% 기준). 트림별로 약 2000만 원가량을 인하했다.
앞서 재규어 일부 모델에 20%가 넘는 할인을 제공한 데 이어 올해 랜드로버에도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판매 부진을 끊기 위해 할인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중요도를 고려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판매 가격 개편을 단행했다"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최상의 서비스 제공하고 사후관리 서비스 품질 강화에도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지난해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즉각 상담 채널인 '라이브 챗', 무상 견인과 교통비를 지원하는 '킵 고잉(KEEP GOING)', '온라인 서비스 예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올해 서비스 품질 개선안도 공개할 예정이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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