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 두고 격해지는 英·中 갈등.. 美 가세에 쟁점으로 부각
"보도 내용 진실·공정하지 않아" 주장
영국 "언론의 자유 축소" 즉각 반발
미국도 "중국의 결정 강력 규탄"
BBC의 '신장위구르'·'코로나19' 관련 보도 영향 미친 듯
英의 중국 'CGTN' 면허 취소도 배경으로 거론
중국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국은 12일 0시를 맞아 BBC 월드뉴스의 중국 내 방영을 금지했다. 중국 당국은 BBC 월드뉴스 방영 금지 이유에 대해 “콘텐츠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보도 내용이 진실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요건 등을 BBC 월드뉴스가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홍콩 공영방송 RTHK(라디오텔레비전홍콩)도 중국 당국의 결정을 이유로 이날부터 BBC 방송 중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으로 1년간 BBC 월드뉴스의 방송 면허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BBC, 중국 신장 ‘재교육 수용소’ 성폭행 의혹 등 보도…‘방영 금지’ 조치 배경으로 거론
중국 당국이 BBC 월드뉴스의 자국 내 방영을 금지하게 된 규정 위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BBC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관련 보도와 코로나19 관련 보도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영국 방송 규제 기구인 오프콤(Ofcom)은 지난 4일 CGTN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다며 방송 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중국은 해당 조치를 비판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CGTN은 중국 관영 중앙(CC)TV의 자회사로 영어 등 외국어로 세계 100여개국에 방송을 송출하는 채널이다.
이외에도 최근 중국과 영국의 관계를 악화시켜온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도 이번 대립 국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과 BBC 측은 중국의 이같은 조치에 “언론의 자유를 축소하는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BBC 월드뉴스를 중국 본토에서 금지하기로 한 중국 정부의 결정은 용납할 수 없는 언론의 자유 축소”라며 “이 조치는 전 세계에서 중국의 평판을 훼손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BBC 대변인은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BBC는 전 세계에 공정하고 공평한 기사를 전달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결정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도 영국의 반발에 동조하며 ‘언론의 자유’ 문제를 고리로 중국을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BBC 월드뉴스 방송을 금지한 중국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라면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통제받고, 억압적이며, 자유롭지 못한 정보공간으로 남아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국내에선 미디어와 플랫폼의 자유로운 영업을 막으면서, 자국 지도자들이 해외에선 열린 미디어 환경을 활용해 허위 정보를 퍼트린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화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입장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해서 보여온 대중국 견제 행보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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