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이와 랑랑이, 송송·파파, 광이·진이..서울 자치구 '캐릭터' 열전

김향미 기자 2021. 2.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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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용산구 남영동을 알리는 건 ‘남영이’이고, 중랑구 소식을 전하는 건 ‘랑랑이’이다. 남영이와 랑랑이는 각각 남영동과 중랑구의 새로운 홍보 캐릭터들이다. 자치단체가 자치행정을 홍보하고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대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예삿일이지만, 최근 서울에선 자치구 단위에서 새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기존 캐릭터의 모습을 교체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자치단체 홍보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이 중요해졌고 특히 유튜브나 카카오톡 등에선 ‘재미’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와 이모티콘이 유행하다보니 캐릭터 개발에도 힘을 들이는 모양새다. 자치단체 홍보판 꾸밈부터 조형물 부착, 기념품(굿즈) 제작·판매까지 캐릭터 쓰임도 가지가지다.

■“홍보 공무원이 직접 만들었어요” = 남영이와 랑랑이

용산구 남영동 주민센터는 이달 초 남영이를 개발해 동 홍보 사업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평소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권성길 주무관(37)이 홍보 업무를 맡으면서 “서빙고동 ‘용용이’처럼 캐릭터가 있으면 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직접 남영이를 개발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2018년 서빙고동에서 “용산을 수호하는 용”이란 뜻으로 캐릭터 용용이를 먼저 개발한 바 있다. 권 주무관은 “행정기관은 아무래도 좀 무겁고 딱딱한데 그림이라도 친근하면 주민들이 (행정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남영이는 용산 미군기지가 용산공원으로 조성되는 지역 특징을 살려 초록색 나뭇잎을 표현한 캐릭터이다. 남영이는 주민 홍보가 필요한 업무와 배너, 현수막 등 각종 안내문과 홍보물에 활용될 예정이다. 권 주무관은 “주민센터 페이스북 계정을 비롯해 앞으로 마을행사나 주민행사 때 남영이 캐릭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캐릭터 ‘남영이’(왼쪽)와 ‘남영이’를 개발한 권성길 주무관. 용산구 제공

남영이가 동 단위에서 활동한다면 구 단위에선 중랑구 랑랑이가 지난해 12월 새로 주민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랑랑이’는 중랑구의 특산품인 먹골청실배의 시조목에서 태어난 열매와 배꽃을 형상화한 것이다. 머리에 하얀 배꽃이 피어 있는 요정이다. “중랑을 중랑답게 널리 알리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랑구 캐릭터 ‘랑랑이’. 중랑구 제공


중랑구가 랑랑이 이모티콘(16종)을 선착순으로 무료 배포한다고 했더니, 예상보다 빨리 마감이 돼 놀랐다고 구는 전했다. 중랑구 카카오톡 채널과 인스타그램 구독자는 예상했던 2만명을 단시간에 넘었고, 최근 구독자는 2만9000명까지 늘었다. 중랑구 SNS 공식 계정엔 “랑랑이 이모티콘 판매해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랑랑이도 중랑구 홍보팀 이인서 주무관이 디자인한 캐릭터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 주무관이 직접 캐릭터를 만든 뒤 업체와 협력해 이모티콘 제작 및 등록을 마쳤다. 이 주무관은 “랑랑이는 온라인에서 보다 친근하게 홍보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랑구 ‘랑랑이’ 이모티콘(왼쪽)과 ‘랑랑이’ 활용 예시

■“오래된 이미지 벗고 새 모습으로” = 송송·파파와 광이·진이

송파구도 지난해 7월 도시브랜드 CI와 함께 송파구의 자음 이니셜이자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하트 모양(ㅅ)과 다양한 가치와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모양(ㅍ)을 각각 형상화한 캐릭터 ‘송송·파파’를 내놨다. 송파구 관계자는 “1996년 개발된 기존 송파구 캐릭터는 친근감과 호감도가 떨어지고 진부한 형태로 활용이 잘 되지 않아 도시브랜드 개발을 진행하면서 송송·파파 캐릭터도 함께 개발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지역의 관광명소에 송송·파파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각종 시설물들에도 송송·파파 캐릭터를 적용했다. 지난해 10월엔 송송·파파와 도시브랜드 CI를 활용한 기념품을 출시해 판매에 들어갔다. 레트로 커피잔과 미니에코백, 파우치, 휴대폰 슬라이드 그립 등이다. 송파구는 “송송·파파 캐릭터는 어린이, 젊은층에 특히 호응이 좋고 상품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주민들과 관광객 취향에 맞는 다양한 굿즈를 개발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캐릭터 ‘송송·파파’를 활용한 기념품(굿즈). 송파구 제공
광진구 캐릭터 ‘광이·진이’. 광진구 제공


광진구는 지난해 5월 기존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콘셉트로 만들어진 광이·진이를 각각 새롭게 디자인했다. 16년 만에 새로운 추세에 맞춰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형태로 바꾼 것이다. 광이는 한강과 배를 표현한 나루터의 모습을 머리 모양으로 표현했으며, 몸은 환경친화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녹색으로 정했다. 또 가슴에는 광이의 이니셜 ‘G’를 표시했다. 진이는 광진구의 상징 꽃인 진달래의 모습을 따왔으며, 녹색 스카프로 진이의 이니셜 ‘J’ 모양을 만들었다.

광진구는 광이·진이 카카오톡 이모티콘(15종)을 2만명에게 무료 배포했다. 청년 웹툰작가들의 시각으로 광이·진이를 주인공으로 해 각종 생활정보를 담은 웹툰을 제작했다. 구 홈페이지나 소식지 등에 ‘광진 희망툰’‘소소한 광진툰’이란 이름으로 웹툰이 실렸다. 광이·진이는 지난해 전국 매니페스토 우수사례경진대회 ‘우수상’을, 대한민국 지역 공공캐릭터 대상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다.

■코로나19 속 탄생한 명동 수니무니, 은평 파발이의 재발견

서울 중구는 지난해 6월 명동을 대표할 캐릭터 명동멋쟁이 ‘수니무니’를 공개했다. 명동의 한글초성 ‘ㅁ’과 ‘ㄷ’을 따서 디자인한 것이다. “세계 속 명동을 밝히라”는 의미로 해를 뜻하는 ‘SUN’(선·해)과 달을 뜻하는 ‘MOON’(문·달)을 의미한다. 외국인도 발음하기 쉽게 수니무니로 이름을 지었다.

수니무니의 탄생 배경엔 최근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명동 거리가 한산해진 상황을 타개해보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중구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내국인들의 방문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로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추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중구 명동 캐릭터 ‘수니무니’. 중구 제공

은평구의 파발이는 2004년부터 활동했다. 파발이는 “은평구 관내와 관외 여러지역을 돌아다니며 정보 및 물건을 수송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은평구에선 지난 2019년 서울시 뉴딜일자리로 채용된 홍보담당관 소속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 파발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펭수’처럼 탈인형 파발이가 등장해 은평구 홍보에 뛰어든 것.

은평구 캐릭터 ‘파발이’의 활동상을 담은 ‘파발이가 판다’ 영상 화면 캡처. 은평구 제공

특히 은평구 미디어허브인 은평미디어인(人)이나 유튜브 계정 등을 통해 공개되는 ‘파발이가 판다’ 코너는 은평구 정보를 쉽게 알려주는 영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은평구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근 대세는 영상이다보니까 ‘파발이가 판다’ 코너 등을 제작하게 됐다. 공공기관은 딱딱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주민들을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재밌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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