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되면 택시·대리콜 불통..코로나19가 빚어낸 '귀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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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렸어요. 대리 호출비를 2배로 올리니 배차 알람이 뜨네요."
또 다른 대리기사인 임모(47)씨는 "호출비를 더 받아도 콜 시간대가 집중되다 보니 대리기사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몇 건 안 되지만 이렇게라도 나와 벌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어려워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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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김창현(33)씨는 최근 귀갓길에서 호된 경험을 했다. 김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오랜만에 직장 동료와 저녁 겸 반주를 한 뒤 대리운전을 호출했다. 하지만 대리기사가 배정되지 않아 한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호출비를 2만5000원까지 높였다. 그제야 ‘대리기사가 배정됐다’는 알림을 받았다. 평소 1만2000원이면 충분히 이동이 가능한 거리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김씨는 갑절이나 비싼 대리비를 낼 수밖에 없었다.
평소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51)씨는 요즘 지갑에 5만원짜리 지폐 2장을 넣고 다닌다. 직업 특성상 회식이 잦은데 오후 10시면 귀가 행렬이 몰려 웃돈을 주고 택시를 잡아야 해서다. 이씨는 “요즘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으려면 20분 이상 걸린다”면서 “회식 자리가 끝나기 15분 전쯤 택시를 예약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비수도권은 오후 10시 이후 매장 내 식사 금지가 일상이 됐다. 이 때문에 매장 영업이 끝나는 10시부터 11시 사이 택시와 대리운전 잡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운전기사 역시 황금시간대에 귀가하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12일 카카오T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이후 오후 6시~10시 사이 대리운전 호출 수는 49% 증가했다. 반면 평소 이용률이 가장 높던 오후 10시~오전 2시 사이 호출은 47%나 떨어졌다.
퇴근 후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투잡족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모임을 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데다 매장 영업시간 제한 장기화로 황금시간대가 지나면 손님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기사인 김모(52)씨는 “요즘 손님이 반짝 몰리는 오후 10~11시가 지나면 대리운전 호출이 아예 없다”면서 “하루 전체 콜이 2~3건 남짓으로 수입은 반의반으로 크게 줄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다른 대리기사인 임모(47)씨는 “호출비를 더 받아도 콜 시간대가 집중되다 보니 대리기사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몇 건 안 되지만 이렇게라도 나와 벌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어려워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배달 퀵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대리운전 기사도 크게 늘었다. 매장 이용이 어려워지고 감염병 위험으로 대면 접촉을 피하다 보니 배달 퀵서비스가 호황을 누려서다.
대리운전 기사 백모(56)씨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배달 대행 퀵서비스 일을 시작해 볼까 알아보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종식돼 일상생활에도 숨통이 트이길 바란다”고 했다.
구미=배소영 기자 soso@segy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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