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레터] '위안부=매춘부' 주장, 위령비·미쓰비시 문제로 따져 보니
호사카 유지 "일본 역사·문화 전혀 모르는 얘기"
"日신사에 없는 위령비, 군 산업 도운 미쓰비시"
하버드대 카터 에커티 교수 "비참할 정도의 결함"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논문을 내 파문이 일고 있죠. 심지어 우리나라 일부 인사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옹호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램지어 교수를 비롯해 그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두 가지 근거를 듭니다. ①일본군이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위령비를 세웠다는 점, 또 하나는 ②램지어 교수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미쓰비시가 전범기업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러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을 통해 이들의 두 가지 근거를 반박하며 램지어 교수 주장의 허점을 알렸는데요.
위령비가 동등한 관계란 증거? 호사카 "아래로 본 것"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위안부가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램지어파'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램지어파는 중국 우한에 세워진 위안부 위령비를 근거로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했습니다.
위령비가 의미하는 건 위안부와 군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압박받는 존재가 아니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인데요. 즉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동등한 존재로 봤고, 피해자들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호사카 교수는 이에 대해 "위령비는 1942년에 세워졌는데, 문제는 사진만 있고 설명이 없다"며 램지어파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고 짚었죠. 그는 또 만약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려고 했다면 위령비는 야스쿠니신사에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당시 일본에선 (전투에서 숨진 사람을) 야스쿠니신사에 모시는 게 보통이었다"며 "지금 보면 우리 입장에선 안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게 예우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전투원이라고 해도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은 다 야스쿠니신사에 모셨다"면서 "정말 대등한 관계였다면 야스쿠니에 가는 게 맞는데, 이건 하등(아래)로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위령비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했다기보다 두려움에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전통으로 볼 때 위령비는 죽은 영혼을 두려워서 세우는 것"이라며 "원한을 품고 죽은 영혼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해를 끼친다는 게 일본의 전통적인 원령 신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호사카 "미쓰비시, 日제국주의 지탱한 전범기업"
램지어 교수의 직함이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란 점을 들어 전범기업 후원 교수란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램지어파와 호사카 교수는 다른 주장을 펼쳤는데요.
기업의 연구비가 역사·정치적 목적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램지어파의 설명인데요. 램지어 교수가 전범기업의 후원을 받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를 폄훼한 게 아니라는 뜻을 펼치는 겁니다. 이들은 또 미쓰비시에 대해 전범기업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호사카 교수는 이들을 향해 "일제 강점기 역사를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당시 일본 제국주의를 지탱한 기업으로 미쓰비시와 미쯔이가 있는데 대단히 유명하다"며 "(이들 기업은) 일본 제국주의를 경제적으로 지탱했고, 특히 탄광, 중공업에 많은 조선 사람을 연행해 강제 노역을 시켰다"고 말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미쓰비시의 만행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요. 그는 "그때 죽은 조선 사람들의 유골이 있는데,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게 미쓰비시의 실태"라며 "지난해에는 창업 150주년 축하연도 열었는데,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군 산업에도 많이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이어 "미쓰비시 재단이 과거 일본의 영광을 재현한다며 해외에서 역사 관련 지원을 많이 한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때 많이 협력한다. 군함도가 그런 경우"라고 강조했습니다.
호사카 교수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 이어 조만간 램지어 교수의 해당 논문을 분석해 반박하는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호사카 교수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엉터리 논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죠.
미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티 교수는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참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고,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켓대 역사학과 교수는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 학술 작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습니다. 반크는 앞서 8일 램지어 교수와 그의 해당 논문을 게재할 예정인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우 앤드 이코노믹스' 편집인들에게 논문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항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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