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있어, 가즈아~" 설연휴 비트코인 시세판 빠진 김대리
# 직장생활 8년차인 김재용(34)씨는 설 연휴에도 비트코인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3년 전 비트코인 광풍 때 많은 돈을 버는 지인들을 보면서 지난해 말 자신도 3000만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등락이 반복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는 김씨는 이번 설에도 비트코인 시세판을 바라볼 신세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오르던 비트코인은 최근 5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1억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변동폭이 큰 데다 불안정한 자산이다보니 2018년 한차례 대폭락을 겪은 투자자들은 이번 질주가 한순간 꺾일 수 있다고 염려한다.
2017년 비트코인은 당시 최고치였던 2만달러(약 2200만원)선을 돌파했지만, 중국이 암호화폐 사업을 단속하면서 그해 12월 3200달러(약 350만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비트코인 역대 최저점이었다.
이번 2차 광풍을 두고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상을 잃고 싶지 않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박모(39)씨는 "주식은 공부한 만큼 어느정도 결과가 나오지만, 암호화폐는 이유 없이 상승하고 하락한다"며 "큰 하락을 경험한 후 다시는 비트코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 투자를 하다 보면 하루 내내 여기에 빠져 있게 된다. 장이 닫히지 않고 상한선과 하한선도 없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큰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수십억을 버는 사례가 나오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인생역전'의 마지막 수단은 '로또가 아닌 비트코인'이란 말도 나온다.
올해 비트코인에 투자한 이모(35)씨는 "비트코인 투자는 코로나19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좋은 투자처이자 목돈을 만질 기회"라며 "적은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은 현재 비트코인 시장 뿐"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뉜다. 암호화폐가 주류 자산시장에 편입할 것이란 의견과 거품·허상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치 저장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을 CNBC와 인터뷰에서 높이 평가했다.
실제 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작년 10월 온라인 결제 플랫폼 '페이팔'은 올해부터 암호화폐 매매와 결제 서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600만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대표적인 비트코인 지지자다. 그는 지난 1일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8년 전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다"며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좋은 것이며,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1조7000억원 가까운 비트코인을 사들이기도 했다. 수년전 급락을 경험에 대해선 '이번에는 다르다'고 항변한다.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주체가 개인의 '묻지마 투자'였다면, 지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기관과 큰손이라는 이유에서다. 큰손들이 사들이는한 급락은 없다는 것이다.
낙관론이 퍼질 수록 비관론도 힘을 얻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도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서 사용된다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옐런이 재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비트코인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이 화폐처럼 교환수단과 가치저장 기능 등을 수행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의 저장 수단으로 삼기엔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며, 안정적인 가치저장 수단도 아니어서 결국 거품이 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출시 초창기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 그는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4배 넘게 뛰었던 때도 "반드시 거품은 꺼진다"고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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