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생리대' 이후 5년..당근마켓에 '무료 생리대' 쏟아지는 사연? [IT선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생리대 무료 나눔합니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갔으면 합니다.10대 여성 청소년들 연락 주세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생리대 무료나눔’이 늘고 있다. 동네를 기반으로 한 직거래 시스템, 다른 중고 플랫폼 대비 활성화된 무료나눔 문화가 바탕이 됐다. 특히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나눠주는 이용자들이 많다. 2016년 이른바 ‘깔창 생리대’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리대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여성은 1년에 평균 65일씩, 40년 동안 생리를 한다. 1년 동안 지불하는 비용은 17만원 가량. 양이 많거나, 주기가 짧은 여성이라면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다. 정책의 빈 자리를 IT플랫폼의 이용자들이 채워나가고 있다.
“다들 생리대 ‘쯤’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황모씨는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생리 빈곤’에 대해 알게 됐다. 생리 빈곤(period poverty)란 경제적 이유로 생리대, 탐폰 등 월경 관련 용품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황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친구가 생리대가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정부 지원을 받을 조건은 안 되지만, 생리대를 살 돈은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당근마켓을 통해 총 8번 생리대를 무료 나눔했다.
고모씨(32)는 피임 시술을 하게 되면서 생리대가 필요 없어졌다. 뜻 깊게 사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떠올랐다. 고씨는 “학창시절 홀어머니와 살면서 비싼 생리대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한참 민감할나이에 생리대 살 돈이 없다는게 너무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모씨는 타인의 선행이 계기가 됐다. 당근마켓은 아니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학생들에게 생리대를 무료나눔 하는 사람의 글을 보게 되었다. 정씨는 “생리를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생리대 가격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소량이지만 조금이라도 돕고자 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당근마켓의 시스템 덕분에 무료나눔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신 근처의 마켓’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당근마켓은 GPS 반경 4~6㎞ 이내 ‘동네’ 주민이 연결된다. 채팅으로 구매 의사를 확인한 후 오프라인에서 직접 거래가 이루어진다. 최근 앱 카테고리를 ‘쇼핑’에서 ‘소셜’로 변경할 정도로 ‘동네 플랫폼’의 정체성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
고씨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 내 이웃에게 먼저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다른 곳이 아닌 당근마켓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 또한 “‘지금 당장’ 필요한 학생에게 전해주기에는 당근마켓이 적당해 보였다”며 “당근마켓은 다른 중고 사이트와 달리 무료나눔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당근마켓의 또 다른 특징은 ‘무료나눔’이다. 온·오프라인 연계 시스템, ‘매너 온도’로 대표되는 신뢰도 관리 시스템 등이 무료나눔 활성화로 이어졌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당근마켓에 올라온 무료 나눔 게시글 수는 213만 건에 달한다. 생리대 무료나눔 관련 글은 2140건이다.
이용자들의 생리대 무료 나눔은 ‘선행’ 이상이었다. 한정적인 지원 대상, 정보 접근에 따른 수혜 격차 등 정부와 지자체 정책의 허점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금액은 한 달에 1만 1500원. 연 최대 13만 8000원이다. 지난해보다 5% 올린 액수다. 지원 대상도 소득 수준과 나이에 따라 제한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자 중 만 11세~18세 여성 청소년이다.
황씨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필요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학교에서 생리대 나눔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수치스럽고 슬프다고 고백한 청소년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 또한 “대학생이 돼도 여유롭지 못한 건 똑같다”며 “나이폭을 만23~24세 혹은 만18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무료나눔이 악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정씨는 “나눔 대상자가 10대 여학생이 많다보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료나눔이 필요한 친구들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거래를 하고 되도록 가족, 친구와 동행하기를 바란다. 곧바로 집에 가기보다 귀가도 큰 길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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