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말다툼하다 아버지 살해한 아들..형량 4년 감소, 왜?

이지혜 디자이너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지난해 설날 보일러 난방문제로 말다툼 하다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감소됐다.

수원고법 1형사부(노경필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22)에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월25일 오후 4시4분쯤 가족과 설 명절 인사를 한 뒤 경기 광주시 오포읍 소재 자택으로 돌아온 후 난방 문제로 아버지 B씨(당시 49)와 말다툼하다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집안이 추워 보일러 온도를 높여야겠다고 말했는데 아버지가 '추우면 옷을 입으라'고 했다"며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A씨는 미리 준비해 둔 흉기를 꺼내 B씨의 복부 2~3차례를 찌르고 얼굴 등에 휘둘렀다. B씨는 병원이송 도중 숨졌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B씨와 대화가 단절되는 등 평소 사이가 좋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평소에도 보일러 문제로 B씨와 마찰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초등생부터 앓고 있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심신장애, 심신상실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우발적 사고로 인한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장기간 가정폭력과 무시, 멸시에 따라 자신이 육체·정신적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를 평소 사람취급을 하지 않은 B씨의 행동이 이 사건의 원인으로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며 "B씨의 유족, 친구, 지인 등이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만 살인으로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훼손하고 반인륜적인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A씨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된다"며 "A씨가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자백과 그에 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등 이밖의 다른 제반사정을 모두 고려해 이같이 주문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렸던 원심에서 재판부는 A씨가 초등생 시절 2~3년간 병원치료를 받고 난 이후 치료를 받지 않았고 대입시험을 준비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판단해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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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아 기자 kimself@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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