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 전원회의서 경제부장 전격 교체하고 기강 확립 주문

김지현 2021. 2. 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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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회 1달 만에 이례적으로 전원회의 소집
"허풍", "보신주의"..사업계획 조목조목 비판
당 경제부장 경질..검증된 관료 오수용 임명
"단위 특수화는 반국가적 행위"..'처벌' 예고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2월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021.02.12.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8차 당 대최를 개최한 지 1달 만에 당 전원회의를 열어 올해 경제사업 계획을 일일이 점검하고 당 경제부장을 전격 교체했다.

북한 경제에 닥친 코로나19와 대북 제재 같은 악재 속에서도 내부 자원을 총동원해 경제 생산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절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8~11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 계획의 현실성과 문제점을 부문별로 조목조목 따졌다.

그는 내각 주도로 작성된 올해 경제계획에서 "어떤 부문의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주관적으로 높여놓고, 어떤 부문들에서는 정비·보강의 미명 하에 능히 할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 세우는 폐단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이런 경향이 심각한 분야로 먼저 농업을 언급하며 농사조건과 영농자재 보장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생산 목표를 과대 설정해 "허풍을 피할 수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전력, 건설, 경공업 부문에서는 '목표 미달'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생산계획을 낮춰 잡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특히 당 대회에서 결정한 평양 주택 1만호 건설 목표를 자재·인력 동원의 어려움을 들어 낮춘 것과 관련,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고 질타했다. 또 경공업 부문에서 질 제고를 앞세워 생산량을 낮게 잡은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비판"했다.

그는 "다른 부문들에서도 계획을 낮게 세워놓고 연말에 가서 초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으려고 하지 말고, 인민생활에 기여할 수 있게 발전지향성이 보장된 목표들을 제기해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앞서 8차 당 대회에서 김 총비서는 '현실성 있는 경제 목표'를 강조했다. 7차 당 대회에서 달성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치를 설정했고 결국 '경제 실패'를 인정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실성을 강조하다보니 목표가 하향화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에 김 총비서가 직접 나서 각 부문별 경제계획을 점검하며 수정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여전히 실현 가능성없는 목표를 제시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2월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021.02.12.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김 총비서는 인사를 통해 경제 쇄신 의지를 한 번 더 드러냈다. 그는 8차 당 대회에서 당 경제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임명된 김두일을 1달 만에 전격 해임하고 오수용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오수용은 김정은 체제에서 내각 부총리, 당 경제부장, 국가예산위원장 등을 맡은 검증된 경제관료로, 최근 군수산업을 관장하는 제2경제위원장에 임명된 인물이다.

김 총비서가 경제관료들의 세대 교체를 추진하면서도 70대의 오수용을 다시 원위치시킨 것은 경험있는 인물을 내세워 5개년 경제 계획을 안착시키려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 보고에서 그는 "5개년 계획도 첫 해 계획이 잘 세워지고 제대로 집행돼야 최종 목표 점령에로 확신성있게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제 부문의 기강 확립 주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총비서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특수기관의 이익 추구 행위에 경고장을 날리고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동안 당, 군, 보위기관 등 특수기관들이 관행적으로 국가 통제 바깥에서 이익을 추구해왔지만, 김 총비서는 이를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국가의 적", "부문과 단체의 모자를 쓰고 자행되는 더 엄중한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단위 특수화, 본위주의와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하고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해 단호히 쳐갈겨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앙으로부터 도, 시, 군들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연합지휘부를 조직"하고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비호·조장시키는 대상들을 일꾼 대열에서 단호히 제거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 차원의 부정부패를 넘어 기관·단위 차원의 이권 추구도 국가 통제력을 흩뜨리는 행위로 보고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2월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021.02.12.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비상설 경제발전위원회'라는 임시 조직도 공개됐다. 내각 및 국가경제지도기관 중심의 경제 운영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자력갱생'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운영에서 국가통제를 강화하고 관료들을 문책하는 일련의 조치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방 경제와의 순환이 없으면 자력갱생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 대회와 전원회의를 통해 드러난 김정은식 실험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수십년 동안 쌓이고 굳어져온 적폐들을 단기간 내에 제거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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