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분당 크기"라더니..서울 준공업지역, "집 지을 땅 적다"

유엄식 기자 2021. 2. 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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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LH주택공사에서 열린 국토부 주관 서울역 쪽방촌 정비방안 계획발표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 준공업지역은 분당신도시와 비슷한 20㎢(604만평) 규모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전 기자회견에서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부지가 충분하다"며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이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시내 준공업지역에서 주택공급이 가능한 부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공급가능 부지, 준공업지역 전체 면적 11% 불과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전체 준공업지역 부지 20.45㎢ 중 실제 개발이 가능한 면적은 2.28㎢로 전체 11% 수준이다.

이 지역에 용적률 300%, 주거비율 60%, 가구당 100㎡ 면적을 가정하면 최대 4만1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셈법'이다. 다만 예상 참여율 (15%)을 적용하면 실제 공급량은 약 6000가구로 쪼그라든다. 약 10만 가구에 달하는 분당과는 애초 비교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

예상보다 집 지을 땅이 적은 이유는 이미 개발을 완료해 주택과 학교가 들어섰거나 도로, 공원, 하천 등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 많아서다. 앞서 정부가 제시한 개발 기준(면적 3000㎡ 이상, 공장비율 50% 이상)을 충족하는 곳으로 범위를 좁히면 사업이 가능한 부지 규모는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재개발 완료된 지역도 많아…대단지 조성하려면 통합개발 필요
서울시가 4년 전 발표한 '2030 준공업지역 종합개발계획'에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기엔 관내 준공업지역이 있는 7개 자치구의 현황과 위치가 자세히 나와있다.

영등포구는 관내 준공업지역의 8.78%인 44만1282㎡ 규모가 공장비율이 50% 이상 부지다.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등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들어서 '주거기능밀집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374만㎡로 전체 준공업지역 면적의 74%를 차지한다. 영등포역 역세권 노후공장 밀집 지역도 각종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다.

구로구는 관내 준공업지역의 15.41% 수준인 66만363㎡ 규모가 공장비율 5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도림역과 구로역 일대 , 구로디지털단지, 온수동 일대에 주로 분포됐는데 이미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 많다. 일례로 신도림역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큰 준공업지역인 신도림 293(약 20만㎡) 부지는 민간 재개발을 통해 약 270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개발이 추진 중이다.

금천구는 전체 준공업지역의 26.15%인 107만6768㎡ 규모 부지가 공장 비율 50% 이상 기준을 충족한다. 금천구청이 위치한 시흥동 일대와 인접한 독산동, 가산디지털단지가 있는 가산동을 중심으로 분포됐다. 그러나 이미 개발이 완료됐거나 사업계획이 잡힌 곳이 많다. 금천구청역 인근 부지는 800병상 규모 대형병원과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계획이 잡혀 있다. 가산디지털단지도 신축 지식산업센터 증가로 노후도가 많이 개선됐다.

성동구에서 공장비율 50%가 넘는 준공업지역 부지는 전체 22.82% 수준인 46만8211㎡ 규모다. 대체로 뚝섬역과 성수역 일대에 밀집돼 있다. 이 지역에 속한 KT, 한일약품 부지 등 대규모 공장부지는 2000년대 들어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아파트촌으로 변모했다. 새로운 주택,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중소형 공장부지 통합개발이 필요하다.

강서구에서 공장비율 50%가 넘는 준공업부지 면적은 18만8626㎡로 전체 8.12% 수준이다. 다만 IT 중심으로 새롭게 개발한 마곡산업단지 비중이 높고, 지역 내에서 가장 큰 단일부지인 가양동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10만5762㎡)는 코엑스 1.5배 규모의 문화, 쇼핑, 오피스 복합단지 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다.

도봉구와 양천구는 준공업부지 면적이 작은 데다 이미 아파트 등 주택개발이 완료된 곳이 많아 추가 사업부지를 물색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영등포구 양평 13.14구역 전경. 모두 준공업지역이다. /사진제공=뉴스1
전문가 "단기 공급대책 한계"…서울시 "사업 문의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이번 정책이 단기 공급대책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심 공장부지를 개발하려면 미리 대체부지를 확보해야 하며, 최근 서울 지가 급등으로 사업비용도 만만치 많을 것"이라며 "부지 확보에만 적어도 4~5년 필요한 중장기 사업을 잔여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정부가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도심에 단기간에 집 지을 땅이 많다면 전임 장관은 왜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했나"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고 자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준공업지역 공모계획 발표 이후 토지주 등 사업 관련자로부터 문의 전화가 꾸준히 온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초부터 준공업지역 개발 관련 안내를 위한 통합공모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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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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