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중국 춘제 '녠예판', 편의점 혼밥·만두 대신 훠궈
[경향신문]
올해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제(설)의 식사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춘제의 대표적 풍경은 녠예판(年夜飯). 섣달 그믐날 저녁에 온 식구가 모여서 함께 먹는 음식을 뜻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귀향하지 못하고 홀로 춘제를 지내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나홀로 녠예판’도 증가했다. 가족끼리 함께 만들던 녠예판 대신 온라인 주문도 크게 늘어났다.
12일 베이징상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인 녠예판’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티몰, 타오바오 통계에 따르면 ‘1인용 녠예판’을 주문한 이들인 지난달 20일 하루에만 17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한달 간 ‘1인’ 관련 상품 검색량은 전년 공디 대비 49%, 나홀로 식사용 소형 가전 판매량은 205%나 증가했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베이징에서 춘제 연휴를 지내기로 한 류(劉)모 씨는 연휴에 먹을 7일 식단에 따라 식재료를 미리 구매했다. 그는 “평소에 집에서 밥을 잘 해먹지 않는데, 올해 춘제 준비를 위해 1~2인용 전기 밥솥을 구매했다”고 했다.
인스턴트 식품 판매 뿐 아니라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관련 제품도 판매 강세를 보였다.
올해 훠궈 탕 재료는 전년 동기 대비 540% 증가했고, 전기 냄비도 240% 늘었다. 지난해만해도 훠궈 관련 제품 구매자는 1985년 이후 태어난 35세 이상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1985년 이후 태어난 20~30대 초반 연령대가 크게 늘어났다. 설을 맞아 만두를 빚거나 탕위안(湯圓·찹쌀가루 등을 새알 모양으로 빚어 넣어 끊인 탕)을 먹는 전통 대신 젊은층이 좋아하는 훠궈를 먹는 것이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한 것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타지에 있더라도 춘제에는 반드시 고향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시(江西)성 출신으로 현재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사는 펑(馮)모씨는 “베이징에서 혼자 춘제를 지내는 것은 30여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올해는 장시에 있는 집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춘제를 지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 지역에서는 춘제에 토종닭으로 끓인 탕을 먹는데, 올해 고향에 못가게 되면서 부모님께서 베이징집으로 토종닭은 보냈다.
펑모씨는 “어머니께서는 냉동 식품을 어떻게 택배로 보내야 하는지 몰라 택배 기사와 상의 끝에 포장재를 넣은 상자에 보내셨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토종닭과 함께 탕을 끓이는 방법을 적은 쪽지를 같이 보내셨는데, 어머니의 30년 넘는 비책이 담겨있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편의점에서도 지역 특색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 편의점 브랜드인 비엔리펑(便利蜂)에서는 베이징 볶음요리, 산둥의 탕추위 등 향토 음식을 내놓았다.
비엔리펑의 이사 쉐언위안은 “고향에 가지 못한 소비자들이 춘제 명절에도 따뜻한 고향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1인용으로 출시했다면서 나홀로 식사족들에게 명절 음식 조리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음식 낭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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