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는 생략, 식사만 간단히"..서울역, 설 분위기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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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명절 제사는 생략합니다. 간소하게 식사만 합니다."
경상북도에서 출발한 부모를 마중 나온 이모씨(31)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절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으냐"며 "차례는 생략하고 부모님 얼굴을 오랜 만에 보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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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세트 매장 '썰렁'.."바글바글하던 예년과 너무 달라"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이번 설 명절 제사는 생략합니다. 간소하게 식사만 합니다."
설 당일인 12일 낮 11시쯤, 중구 한강대로 서울역에서는 예년과 달리 연휴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민족 대명절'이라고 적힌 현수막은 보이지 않았고 건강식품 판매 매장 안도 한산했다.
붉은 글씨로 '예방수칙 꼭 지켜달라'고 적힌 설치물이 정문 앞에 놓여 있었다.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오른 초봄 날씨에 시민들은 비교적 가벼운 차림으로 나왔으나 마스크만은 꼭 쓰고 있었다.
점심시간 무렵 옷가지를 담은 여행용 가방을 끄는 가족 단위 이용객이 속속 모였다.
경상북도에서 출발한 부모를 마중 나온 이모씨(31)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절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으냐"며 "차례는 생략하고 부모님 얼굴을 오랜 만에 보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역 안 벤치에 앉아 있던 A씨(61)·B씨(54) 부부도 "차례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구 사는 딸 아이에게도 차례상 준비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밑반찬이 든 아이스박스를 곁에 두고 전광판에 뜬 대구행 열차 시간을 살피고 있었다.
또래 3명과 한쪽에 모여 있던 문모씨(26)는 "시골 내려갈 엄두는 나지 않고 서울에 있는 우리 집에서 지인끼리 보내기로 했다"며 "외식은 하지 않고 집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조리해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백신이 뭐든 빨리 가져와 코로나19 해결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불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60대 여성 송모씨는 "명절 때만 되면 직계가족이 거의 다 모여 회포를 풀었는데 이번 설에는 어머니와 동생, 조카, 그리고 저까지 딱 4명만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5인 이상 모임은 하도 위험하다고 하기에 더 부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하는 일을 묻는 기자의 말에 "업자에요, 업자! 바로 실업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음식점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들다며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발길이 점차 늘었지만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든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명절 선물 세트를 판매하는 정모씨(60대)는 "역 안 공기를 모두 채울 정도로 연휴 때면 사람이 바글바글했다"며 "물론 코로나19 이전에 그랬다는 것이고 이렇게 썰렁한 분위기가 아직 적응되지 않는다"고 했다.
곶감과 호두, 건강식품을 비롯해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상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일은 해야 하니까 출근하긴 했는데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며 "오늘 오전 매출은 창피해서 말도 못하겠다"고 전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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