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버리겠어" 남동생에 흉기 든 누나, 경찰은 달랐다
경찰, 회복적 경찰활동으로 갈등 해소
지난해 464건 중 418건(90%) 조정 완료
처벌보단 재발방지에 초점 맞춰 갈등 해소
[서울신문]
“너 죽여버릴 거야. 너만 아니었으면 나 잘살았어. 네가 태어난 게 잘못이었어.”
누나 A씨는 동생 B씨가 집에 들어오자 부엌에서 식칼을 꺼내 휘둘렀다. 동생이 누나와 말다툼을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온 직후였다. 동생은 112신고를 했고, 결국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사실, 남매의 갈등은 뿌리 깊었다. 누나 A씨는 딸이라 이유만으로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고 자랐다. 그렇기에 마음속 깊이 상처를 간직하며 살아야 했고, 어렸을 때부터 우등생으로 자라며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독차지한 동생이 미웠다. 누나 B씨는 결국 도피성 유학 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메니에르병을 앓았고 분노조절장애 증상까지 보였다.
경찰은 이 점을 파악하고, 회복적 경찰활동을 이 사건에 적용하기로 했다. 동생은 누나의 처벌을 원했지만, 꾸준한 대화를 통해 누나의 피해의식을 이해할 수 있었고, 갈등을 대화로 풀어보기로 약속했다. 결국 동생은 누나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아버지도 딸 A씨에게 사과했다. 그는 회복적 경찰활동에 자진 참석해 “딸이 고집이 세 어릴 때 폭력을 행사했는데 이렇게까지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며 “미안했다, 우리 딸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줬다. 딸 A씨도 “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서러움에 대한 감정이 조금은 보상받고 회복된 것 같다”며 “도움을 준 회복적 전문기관 전문가와 피해자 전담경찰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맞아 경찰의 ‘회복적 경찰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가족 친지들이 모여 덕담을 주고받는 명절이지만, 자칫하다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회복적 경찰활동은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가·피해자 간 대화를 통해 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없애는 데 중점을 둔다. 전문가들은 불가피하게 설 연휴 가족·친지·이웃 간 다툼이 발생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면, 경찰의 회복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회복적 경찰활동이 이뤄진 464건 중 418건(90%)에서 조정이 성립됐다. 회복적 경찰활동이란 가해자 검거·처벌에 초점을 둔 ‘응보적 사법’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대안으로, 범죄 피해 복구와 재발 방지 등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사건 유형을 보면 학교폭력이 159건, 폭행·협박 157건, 가정폭력 140건, 절도 54건 등 주로 이웃·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잦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회복적 대화로 층간 소음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 층간 소음으로 7년째 다투던 이웃이 서로 폭행해 112에 신고하자 담당 형사는 대화를 유도했다. 아래층 주민이 ‘어머니가 암에 걸려 간호 후 자야 하는데 시끄러워 힘들다’며 눈물을 흘리자 위층 주민은 ‘이렇게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 앞으로 조심하겠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경찰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참여자와 경찰관 대부분 회복적 경찰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회복적 경찰활동에 참여한 9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는 각각 90%, 94% 만족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담당 수사관 83%는 피해 회복에 효과를 보였다고 답한 동시에 81%는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회복적 경찰활동은 가정?학교?이웃간 범죄 초기에 개입해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둔다.
경찰은 전국 257개 경찰서 중 작년 142곳에서 시행한 ‘회복적 대화’를 이날부터 178곳에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200개서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면서 “설 연휴 가족, 친지, 이웃 간 갈등이 발생해 112 신고까지 됐다면, 회복적 경찰활동을 통해 서로 오해를 풀고 갈등을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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