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뿌리면 나라곳간은?..6년전 문재인의 발언 보니
"다 주는 거냐, 아니면 누군 받고 누군 안 받는 거냐. 그 동네는 도지사가 10만원씩 준다더라…."
만약 이번 설 연휴 가족들과 모였다면 아마도 이런 대화가 오갔을 겁니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정 당국의 줄다리기가 결국 음력으로 해를 넘기게 된 탓이죠.
논쟁의 핵심은 나라 곳간에 충분한 여유가 있느냐는 데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 대비 여력이 있다'는 정치권과 '건전성 악화 속도가 빠르다'는 재정 당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재정은 4차 재난지원금을 감당하기에 충분할까요?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한 발언입니다. 문제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재정건전성의 대표적인 지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 입니다. '나랏빚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있냐'는 것이죠. 지난해 코로나19 원년을 보낸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43.9%입니다.
43.9%가 높으냐 낮냐를 따진다면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는 '물잔 속 절반의 물'과 같습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막 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
2015년 새천년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예산안을 받아들고 한 말입니다. 그 뒤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40%=재정건전성' 개념이 만들어집니다.
이 마지노선이 깨진 건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입니다. 2020년 본예산에서 39.8% 등 가까스로 지켰던 국가채무비율 40% 기준은 코로나 위기대응 과정에서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거치면서 무색해졌습니다.
지난해 상승한 국가채무비율은 5.8%포인트. 이 상승폭에 대한 평가가 중요할 겁니다.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해보겠습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발표한 경제전망을 살펴보면 미국의 D2(일반정부부채) 비율은 2019년 108.4%에서 128%로 11.6%포인트 올랐습니다. 일본은 225.3%에서 241.6%로 16.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부채비율 상승폭은 두 자리인데 우리나라는 한자릿수에 그쳤습니다. OECD의 비교기준인 D2만 놓고 보면 3%포인트 상승이니 재정 여력이 있다는 말도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채비율 상승속도와 매년 늘어나는 재정적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연간 국가부채비율 추이를 보면 2018년 35.9%였던 국가채무비율은 3년 만에 8.0%포인트나 뛰었습니다.
나라살림의 흑·적자를 논하는 관리재정수지는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2018년까지 -2% 이내에 머물던 적자폭도 2019년 -2.8%, 2020년 -6.1%로 확대됐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5%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계속됩니다.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만큼 나랏빚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게 재정당국의 설명입니다.
재정건전성 논쟁이 헛바퀴를 도는 것은 서로 유리한 근거만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미국은 국가채무비율이 100%가 넘는다"며 그 절반도 안되는 우리나라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진 덕분에 국고채를 찍으면 다른 나라에서 앞다퉈 사가는 국가와 우리를 비교할 순 없죠.
재정당국은 짠돌이가 돼야 하는 태생적 한계 탓에 '전대미문의 상황'에도 딱딱한 숫자를 내세워 정치권의 재정확대 요구에 반대합니다.
"채무비율 40%"를 강조했던 2015년 문재인 대표의 발언으로 돌아가봅시다. 사실 문재인 당시 대표는 40% 발언 뒤에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대기업 법인세 정상화 등 재정건전성 회복방안이 없는 예산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경제가 잘 돌아가면 재정은 다시 찬다"는 희망가보다 조금은 더 구체적인 재정건전성 회복방안까지 함께 고민하는 게 정치의 역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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