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뿌리면 나라곳간은?..6년전 문재인의 발언 보니

세종=김훈남 기자 2021. 2.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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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9월 9알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표는 당시 정부의 2016년 예산안에 대해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인 국가채무비율 40%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스1



"다 주는 거냐, 아니면 누군 받고 누군 안 받는 거냐. 그 동네는 도지사가 10만원씩 준다더라…."

만약 이번 설 연휴 가족들과 모였다면 아마도 이런 대화가 오갔을 겁니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정 당국의 줄다리기가 결국 음력으로 해를 넘기게 된 탓이죠.

논쟁의 핵심은 나라 곳간에 충분한 여유가 있느냐는 데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 대비 여력이 있다'는 정치권과 '건전성 악화 속도가 빠르다'는 재정 당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재정은 4차 재난지원금을 감당하기에 충분할까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설 연휴 이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2020년 국가채무비율 43.9%…물이 절반이나? 절반밖에?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한 발언입니다. 문제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재정건전성의 대표적인 지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 입니다. '나랏빚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있냐'는 것이죠. 지난해 코로나19 원년을 보낸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43.9%입니다.

43.9%가 높으냐 낮냐를 따진다면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는 '물잔 속 절반의 물'과 같습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막 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

2015년 새천년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예산안을 받아들고 한 말입니다. 그 뒤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40%=재정건전성' 개념이 만들어집니다.

이 마지노선이 깨진 건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입니다. 2020년 본예산에서 39.8% 등 가까스로 지켰던 국가채무비율 40% 기준은 코로나 위기대응 과정에서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거치면서 무색해졌습니다.

주요국 대비 채무비율 증가폭은 적지만…증가속도는 만만찮아

지난해 상승한 국가채무비율은 5.8%포인트. 이 상승폭에 대한 평가가 중요할 겁니다.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해보겠습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발표한 경제전망을 살펴보면 미국의 D2(일반정부부채) 비율은 2019년 108.4%에서 128%로 11.6%포인트 올랐습니다. 일본은 225.3%에서 241.6%로 16.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부채비율 상승폭은 두 자리인데 우리나라는 한자릿수에 그쳤습니다. OECD의 비교기준인 D2만 놓고 보면 3%포인트 상승이니 재정 여력이 있다는 말도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채비율 상승속도와 매년 늘어나는 재정적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연간 국가부채비율 추이를 보면 2018년 35.9%였던 국가채무비율은 3년 만에 8.0%포인트나 뛰었습니다.

나라살림의 흑·적자를 논하는 관리재정수지는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2018년까지 -2% 이내에 머물던 적자폭도 2019년 -2.8%, 2020년 -6.1%로 확대됐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5%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계속됩니다.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만큼 나랏빚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게 재정당국의 설명입니다.

유리한 면만 부각한 논쟁은 그만, 2015년 문재인 발언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산한 지난 2일 서울 신촌 거리 /사진=뉴스1

재정건전성 논쟁이 헛바퀴를 도는 것은 서로 유리한 근거만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미국은 국가채무비율이 100%가 넘는다"며 그 절반도 안되는 우리나라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진 덕분에 국고채를 찍으면 다른 나라에서 앞다퉈 사가는 국가와 우리를 비교할 순 없죠.

재정당국은 짠돌이가 돼야 하는 태생적 한계 탓에 '전대미문의 상황'에도 딱딱한 숫자를 내세워 정치권의 재정확대 요구에 반대합니다.

"채무비율 40%"를 강조했던 2015년 문재인 대표의 발언으로 돌아가봅시다. 사실 문재인 당시 대표는 40% 발언 뒤에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대기업 법인세 정상화 등 재정건전성 회복방안이 없는 예산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경제가 잘 돌아가면 재정은 다시 찬다"는 희망가보다 조금은 더 구체적인 재정건전성 회복방안까지 함께 고민하는 게 정치의 역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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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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