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아무리 심해도 한 달에 10일 이상 약 먹지 말아야
두통은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1년에 한 번 이상 겪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에만 215만명이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두통이 생기면 두통약을 먹고 이를 해소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두통이 생길 때마다 두통약을 먹는 것이 과연 괜찮은 방법일까. 박홍균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두통에 대해 알아본다.
-두통약을 횟수 상관없이 계속 먹으면.
“약 종류마다 한 달에 권장 복용 일수가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달에 10일 이상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처음에는 약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점차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고, 두통 일수가 점차 늘기도 하며, 두통 강도도 더 심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두통 중 하나인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통약 복용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약 복용 정보를 기록하는 것은 두통 치료의 시작이다. 첫째, 급성기 치료제의 복용 일수를 기록함으로써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위험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둘째, 급성기 치료제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약 복용 정보뿐만 아니라 두통 자체 정보도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통이 발생하기 전에 생기는 전구 증상(하품, 피로, 집중력 저하, 뒷목 불편감, 위장장애, 기분 변화 등), 두통 모습, 급성기 치료제 종류, 효과 유무, 급성기 치료제 복용 후 24시간 내 재발 등 복용한 약제의 자세한 평가를 통해 두통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대한두통학회는 위에 나열한 내용 모두를 담아낸 두통일기 어플리케이션을 2021년 1월에 배포했다. 두통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통약별 복용 횟수의 기준이 있나.
“위의 표의 기준 이하로 약을 복용한다면 무조건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트립탄 성분의 약제를 9일만 먹었다 또는 단순 진통제를 15일 먹었다고 해서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약제 복용이 필요한 두통 일수가 증가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최대한 빨리 급성기 약제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제 효과가 이전보다 떨어지는 추세라면 두통 악화를 의미할 수 있다.”
-두통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두통의 자연 경과에 따라 호전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통 강도가 세어지거나 두통 일수가 증가하는 등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화되면 두통을 관리하기 매우 어려워지고 치료해도 효과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므로 본인에게 알맞은 예방 치료와 급성기 치료를 찾아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두통을 악화시키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두통 치료에 가장 중요한 점은.
“현실적인 목표를 잡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두통에 대한 인식을 약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다른 질병을 치료할 때에 ‘관리한다. 조절한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예를 들어 천식 환자는 급성기 발작이 생기면 흡입기를 사용하고, 급성기 발작 횟수가 많아지면 예방 약물을 써서 급성기 발작 횟수를 조절하고, 천식이 생기지 않도록 대기오염도가 높거나 추운 날에는 외출을 삼가거나 천식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은 피한다.
하지만 두통 환자는 ‘두통을 관리한다”기보다 ‘두통을 없애 버리겠다’라고 할 때가 많다. 두통이 없어지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급성기 두통이 생기면 최대한 빠르게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급성기 두통 발생 횟수를 줄이기 위해 예방 치료를 하기도 하고, 두통의 유발 요인을 피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두통을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
-편두통은 어떤 질환인가.
“편두통은 뇌 기능적 이상으로 인해 두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뇌 질환이다. 일반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10~11명 중에 1명이 편두통을 앓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흔하다. 편두통은 단지 머리에 통증이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장 전형적인 편두통은 두통이 생길 때 속이 울렁거리거나 메스꺼운 소화기 증상이 있거나, 빛과 소리에 예민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밖에 편두통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두통이 생기기 전에 기분이 쳐지거나, 식욕 저하, 피로도 증가, 하품을 하는 등 전구 증상이 있다. 일부에서는 번쩍거리는 지그재그가 생기다 없어지면서 두통이 발생하는 전조 증상이 있기도 하다.”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하는 두통은.
“여러 가지의 형태가 있으므로 모든 경우를 언급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갑자기 생겨서 급격히 악화되는 두통(벼락두통), 발열이 동반되는 두통, 발살바행위(기침, 힘주기 등) 또는 성행위로 유발 또는 악화되는 두통, 암 환자 또는 면역억제 상태에서 새롭게 발생한 두통, 고령에서 새로 발생해 2주 이상 지속되는 두통, 수면 중 또는 기상 후 발생하는 두통은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완치하기 어려운 두통을 예방하는 방법은.
“약물 치료, 주사 치료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바로 생활습관 개선 및 유발 요인을 피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최대한 적게 받도록 하고, 받더라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수면이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깨며 7~8시간 정도 충분한 잠을 자는 좋다. 다만 오래 자면 두통이 생기기도 하기에 관련성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세 번째는 식이이다. 공복ㆍ과식ㆍ폭식은 피하고 일정한 시간에 과하지 않은 양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네 번째는 운동이다. 저강도부터 시작해 서서히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운동 전후에 충분한 워밍업과 쿨다운(정리운동)이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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