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지원금, 문대통령 말한 '재정 감당 범위'는 어디까지?

이경미 2021. 2. 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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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올해 예상 국가채무비율 46.7%
국채 20조원 발행하면 1%포인트 상승
2024년엔 IMF가 제시한 60%에 육박
재정 관리 위해 예산 조정·증세 등 제시
설 연휴를 앞둔 9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부산 방향) 식당가 테이블에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설 특별교통대책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물은 포장판매만 허용하고 테이블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형평성 없는 장기간 집합금지 업종 해제 및 손실보상 기자회견\

코로나19 피해 대응을 위한 네 번째 재난지원금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여당과 기획재정부 간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당장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국채 발행과 예산 구조조정이 있는데, 여당은 현재 정부 재정이 튼튼하므로 추가로 국채를 찍는 것에 무게를 둔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재정 여력의 한계가 임박했다며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과감하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정부가 너무 아껴서 문제”라는 지적과, “국가신용이 위험하다”는 우려 사이에 타협점은 없는지 찾아본다.

divdiv■ 한국과 유럽 재정, 어떻게 다른가?/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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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중앙·지방정부, 비영리 공공기관) 비율은 42.2%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9%)의 절반 수준이다. 독일(68.1%), 호주(79.9%), 캐나다(94.3%), 프랑스(124.4%) 등 나라들보다 훨씬 건전하다. 여기서 부딪히는 쟁점이 한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국가부채 수치를 단순 비교할 수 있느냐 문제다.

미국은 부채비율이 108.4%로 높은 편이지만 재정 건전성 이슈가 부각되지 않는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자국 화폐(달러)가 통용되는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 국채를 발행해도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한다. 마찬가지로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유럽연합의 유로화 등은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지위를 바탕으로 ‘준 기축통화’로 평가받는다.

국가채무 급증을 경계하는 쪽은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은 국가채무 증가가 한국시장의 신용도를 떨어트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가 단순히 부채비율이 낮다고 재정이 건전하다고 하면 안 된다”며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유럽 국가보다 보수적인 재정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재정이 튼튼하다고 평가하는 쪽은 국가채무와 기축통화국 여부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강조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대부분 국내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경제가 나쁘면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있는데, 오히려 현재 (투자시장에서) 국채 비중이 작아 장기투자하는 기관들이 해외 투자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지난달 기준 외화보유액(4427억 달러)이 세계 9위인 점, 저금리 상황에서 이자비용이 낮은 점 등은 국가 빚이 더 늘더라도 대외 신용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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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조~30조 국채 감당 가능하단 평가…문제는 코로나 이후

그렇다면 얼마를 더 빚낼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지난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국가채무는 846조9천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3.9%다.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6.7%, 2022년 50.9%, 2023년 54.6%, 2024년 58.3%까지 올라간다. 고령화로 세입 기반은 약화하고 지출은 확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 정부와 연례협의에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적정 수준을 60%라고 판단했다.

현재 여당에서 거론되는 20조~30조원의 국채 발행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약 1~1.5%에 해당한다. 국채 급증을 우려하는 김우철 교수도 올해 최대 20조원까지는 빚이 늘어나는 것을 정부가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30조원 수준도 정부가 감당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려면 올해 558조원 규모의 본예산 일부를 조정해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예산의 약 20%를 재조정해 100조원을 마련해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쓰자고 제안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홍영표 의원이 공개 지지했지만 당 지도부가 비중 있게 검토하지는 않는다.

우리 정부가 현재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단기적으로 빚을 늘리더라도 코로나19 이후에는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확장재정으로 인한 경제성장과 이를 통한 세수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만 기대할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정적 재정지출을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한국만의 사정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말 대국민 연설에서 “2023년부터는 신규 국가채무를 갚아나가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늘린 지출에 대한 청구서가 배달될 수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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