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 추첨제로 3040 '영끌' 막는다?..청약제도 어떻게 되나

김희진 기자 2021. 2. 1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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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남 송파 아파트 단지 / 김기남 기자


정부가 ‘2·4 공급대책’을 통해 도심 내 공급될 주택 청약기회를 3040세대에도 폭넓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청약 문턱이 높아 ‘영끌’로 주택 구매에 나서는 젊은층이 늘어 집값을 떠받친다는 분석이 나오자 젊은층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가점제 확대’에 방점을 두던 정부는 지난해 신혼부부 특공에 이어 2·4 공급대책 공공분양 청약에도 ‘추첨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고 청약제도를 개편할 때마다 실수요자 혼란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85㎡ 이하·일반공급 30%…공공분양 ‘추첨제’

2·4 공급대책에 담긴 일반공급 확대와 추첨제 도입안 /국토부 자료


2·4 공급대책을 보면 정부가 주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주택에는 새로운 공공분양 청약기준이 적용된다. 분양가 9억원을 넘지 않는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분양 주택 일반공급 물량을 15%에서 50%로 늘리고, 이 중에서 30%는 ‘추첨제’를 새로 도입해 공급한다.

그동안 공공분양의 경우 85㎡ 이하 일반공급은 100% 순차제가 적용됐다. 순차제는 청약통장 저축 총액이 많은 순서대로 당첨자를 뽑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저축 총액이 적은 30~40대는 당첨이 불리한 구조다. 앞으로 순차제가 70%로 줄면서 30~40대 당첨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청약제도 개편으로 신혼부부 등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이 크게 늘자, 무주택자나 1인 가구 고소득 중산층을 위한 일반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며 제기된 불만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청약제도 개편에 이어 가점 부족으로 청약 시장에서 소외당하는 30~40대 ‘내 집 마련’ 기회를 더 넓힌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3040 ‘내 집 마련’ 기회 늘린다지만…

일반공급 비중을 늘리고 추첨제를 도입한 2·4 공급대책을 두고 특별공급을 확대한 지난해 청약제도 개편안과 일부 내용이 배치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개편된 내용을 보면 신혼부부 특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소득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과 더불어 공공분양 특공에 생애최초 특공 비중을 20%에서 25%로 늘렸다. 생애최초 특공을 민영주택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특별공급 소득요건 완화 내용 /국토부 자료


또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에서 일반물량(30%)은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일반물량은 우선공급에서 탈락한 사람들과 일반물량 공급을 신청한 사람들을 함께 추첨한다. 소득이 낮은 사람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는 대신, 가점이 낮고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도 당첨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발표된 2·4 공급대책에 따라 공공분양 청약에 일반공급이 늘어나게 되면,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물량은 비중이 줄어들 확률이 크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청약제도 가점제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 불만이 많이 나오다보니, 정부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땜질식으로 개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과열 등 전반적인 문제 포함해 청약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땜질’에도 이어질 청약과열

정부는 30~40대를 대상으로 추첨제 확대 등을 통해 청약 기회를 늘린다는 취지지만, 그럴수록 청약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청약 기준을 완화하고 추첨제를 도입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지만 공급 물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일부 추첨제 물량이 있는 서울 중대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초과)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99.6대 1로, 전년(38.4대 1)의 5.2배에 달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2배 넘게 뛰었다. 1순위 청약에서 대부분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리는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와 달리 중대형은 추첨분이 배정된다. 민영주택 기준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공급량의 50%, 조정대상지역은 75%가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하는데, 가점이 부족한 예비 청약자들이 중대형에 대거 청약통장을 던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상반기 기준 권역별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 추이 /직방 자료


추첨제 물량에 몰리는 청약 수요뿐 아니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청약 과열 조짐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데다 대출 규제 등이 적용되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분양시장으로 꾸준히 집중되면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일반분양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 역시 27.6대 1로 2019년 평균(14.9대 1)보다 1.9배 상승했다. 서울은 89대 1, 세종시는 153.3대 1에 달했다.

정부가 상황에 따라 청약제도를 조금씩 바꿀 게 아니라 청약제도 전반을 개편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청약제도에 처음 가점제가 도입됐던 2007년과 비교하면 최근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사회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며 “청약에서도 사회 구조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항목 등이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청약제도가 계속 바뀌는 건 그만큼 청약제도 전반을 손 봐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현재의 주택 공급 및 배분 방식이 적정한가 점검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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