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육아 스트레스.. 엄마 열명 중 세명 "자살·자해 생각"
직장인인 30대 초반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아들을 출산했다. 출산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씨는 “한 달째 1시간 반 간격으로 모유 수유를 한다”며 “사람이 아니라 모유 기계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로 지방에 계신 친정 엄마는 내 출산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집에 오시질 못한다”며 “남편 외에 가족들이 거의 집에 올 수 없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원래는 신혼부부 청약, 다자녀 가산점 때문에 둘째도 빨리 낳으려 했지만, 요즘 힘들고 우울해 둘째 생각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만약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집안일을 하면서 키운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자살 생각이 들 것”이라며 “초보 엄마들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행복은 크다. 그러나 임신·육아로 인한 부모의 스트레스도 그만큼 큰 게 현실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요즘 임신·육아에 대한 직장인 부모 스트레스가 크다.
실제 본지가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팀, 여론조사 기관 케이스탯리서치와 20~40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부모 10명 중 3명(33.6%)은 임신·육아에 따른 스트레스로 ‘자해·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연령이 낮거나 가계 소득이 적은 부모일수록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대 부모는 48.6%, 월 소득 200만원 미만 부모인 경우엔 48.4%가 자해·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초보 아빠들도 걱정은 태산이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이번 조사에서 자해·자살 생각은 아빠들이 34.3%로 엄마들(32.8%)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 A(33)씨는 다섯달 뒤 첫째 딸이 나온다. 공무원이던 그는 최근 이직을 했다. 공무원 시절 세후 월 200여만원을 받았다. 그래도 직장 만족도는 높았다. 1년 전엔 열심히 일하면 빠른 승진이 보장됐던 좋은 보직에 갈 기회도 얻었다. 그러나 대출 2억원을 받아 어렵게 서울에 3억6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한 뒤 생각이 달라졌다. 곧 태어날 딸 양육과 내집 마련 때문에 보수가 더 좋은 곳으로 결국 이직한 것이다. 박씨는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 딸을 돌봐줄 형편이 못 된다”며 “앞으로 월 200만원 이상 육아 도우미를 쓰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이직이었지만, 요즘 더 울적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직장인 부모 스트레스는 자신을 향한 폭력(자해·자살)이나 아동 학대,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는 등 비정한 부모로 바뀔 소지가 있다”며 “정부·기업이 부모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최근 문제가 된 ‘정인이 사건’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정 폭력으로 적발된 인원은 2017년 4만5264명에서 2019년 5만9472명으로 1만4000여명 늘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직장 휴직, 가사 노동 부담 등으로 일본 여성 자살율이 지난해 7~10월 사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는 홍콩대와 일본 도쿄 노인학연구소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윤 교수는 “임신·육아에 따른 스트레스, 건강 악화가 직장인 부모들의 자해·자살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며 “기업은 특히 부모가 된 20~30대 직원들, 정부·지자체는 직장이 없거나 소득이 낮은 부모들의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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