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날에도 외로움 홀로 삼켜야.." 코로나에 쓸쓸한 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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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설날이면 자식, 손주들을 만나는데 혼자다 보니 허전하네요. 작년에는 노인정에서 다 같이 모여 명절 음식도 나눠 먹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가족 간 만남 역시 어려워지자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 쓸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할머니는 "노인대학을 다니는 친구들과 설날이나 추석 때 노인정에서 만나 나물, 떡 등을 나눠 먹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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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친구들은 설날이면 자식, 손주들을 만나는데 혼자다 보니 허전하네요. 작년에는 노인정에서 다 같이 모여 명절 음식도 나눠 먹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가족 간 만남 역시 어려워지자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 쓸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설날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부산 사상구 모라동.
가족들 안부를 묻고 시간을 보내는 민족 대명절이 성큼 다가왔지만 김경옥(84) 할머니 마음은 휑하기만 하다.
젊은 시절 총각이라는 남편 말에 속아 서울에서 결혼한 김경옥 할머니는 자녀 수발에 고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50년 전 부산으로 무작정 도망쳐왔다.
혈혈단신의 몸이 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올 설날은 고독함이 더욱 심하다.
그동안 할머니는 노인정이나 사회복지관에 모여 친구들이 가져온 설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는 "노인대학을 다니는 친구들과 설날이나 추석 때 노인정에서 만나 나물, 떡 등을 나눠 먹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노인정이 문을 닫자 더는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돼 버렸다.
그나마 곁을 지켜주던 형제, 자매들도 세상을 떠나버린 지 오래다.
그는 "서로 외로움을 나누고 보듬어 줬는데 이제는 만날 수 조차 없다"며 "노인정이 문을 닫은 지도 벌써 1년이 다 돼 가니 주변에서 가족을 만난다는 소식을 들으면 외로움이 배가 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설날이면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떡국을 먹은 추억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할머니는 "치매로 어렸을 때 어떻게 설을 보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그래도 항상 전화하고 위로해주던 언니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하기 전 가족들과 북적이며 떡국을 먹었던 게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할머니는 이번 설날 주민센터에서 받은 떡국 조리 세트와 치매 예방 색칠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모라3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최근 김경옥 할머니는 폐암 판정을 받으면서 간병비와 수술비가 부족해 걱정이 큰데 설날 연휴 기간 각별히 신경 써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에 있는 고령 환자들 역시 이번 설날은 쓸쓸하게 보내야 한다.
부산지역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분위기는 더욱 삼엄하다.
지난해 말부터 외부인은 물론 가족과 면회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던 비대면 면회마저 금지됐다.
부산 한 요양병원에 87세 노모를 맡긴 김모(59)씨는 "매일 어머니를 보러 갔지만 명절이면 특별히 손자, 손녀들도 다 같이 모여 인사를 드리고 밥을 먹었다"며 "요양병원 입소한 지 10년이 됐는데 처음으로 얼굴을 못 보려 하니 눈물이 난다"며 토로했다.
이어 "이번 설은 집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영상통화로 어머니를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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