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트위트 없는 청정한 아침"..백악관이 달라졌다
[바이든 정부]
“백악관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한 뒤 3주를 넘기면서 미 언론은 이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바이든이 코로나19와 인종 차별, 이민 등 여러 정책에서 뿐만 아니라 대통령직 수행 방식에서도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정상의 회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라진 대통령의 트위터 공해
바이든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트위터’로부터의 해방이 찾아왔다. 전세계인들은 지난 4년간 매일같이 거짓과 증오, 분노, 비난, 공격, 선동으로 가득한 트럼프의 트위트 공해에 시달려야 했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서 이런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트럼프가 1월6일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위터 계정이 중지된 탓도 있지만, 트위터 계정이 있어도 점잖게 사용하는 바이든이 뒤를 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트위터를 모아놓은 인터넷 사이트 ‘트럼프아카이브’ 집계를 보면 트럼프는 임기 4년 동안 리트위트를 포함해 총 2만6242건의 트위트를 쏟아냈다. 하루 평균 약 18건이다. 반면, 바이든은 취임 뒤 대통령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하루 5~7개 정도의 트위트를 올리고 있다. 바이든 트위트는 주로 의회에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거나, “가족과 이웃, 나라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거나 최근에 했던 대외정책 연설 동영상 등, 트럼프에 비하면 지루하다 싶은 메시지들이다. 바이든을 “슬리피 조”라고 부르거나, 자신을 비판하는 정치인들을 “하류 인생”이라고 하는 등 트럼프 트위터를 채웠던 경멸, 비하, 분열적인 메시지는 바이든 트위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늘은 무슨 사고를 쳤나’라며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체크하는 유쾌하지 않은 습관에서 풀려났다.
스티브 이스라엘 전 하원의원(민주당)은 <더 힐>에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 사람들이 ‘오늘도 미친 트위트로 격앙될 것이라는 느낌 없이 아침에 일어난다는 게 얼마나 청정한가’라고 말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최소한 우리가 정상으로 복귀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친절해진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 시절, 그의 트위터는 깜짝 소식들을 최초로 전파하는 뉴스 플랫폼이었다. 초대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의 해고 통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중대 발표도 모두 그의 트위터를 타고 전세계로 퍼졌다. 트럼프는 또 백악관 마당에서 전용헬기 마린원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의 장시간 문답을 나누며 직접적으로 뉴스의 주인공이 되기를 즐겼다. 하지만 바이든 취임과 동시에 미국 대통령의 소통 방식도 트럼프 이전 시절로 돌아갔다. 바이든은 트위터로 깜짝 발표를 하는 것도, 헬기 프로펠러 소음 속에 선 채로 기자들과 장시간 문답을 나누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바이든은 대신 대변인이라는 공식 창구의 역할을 되살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보국장과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이 취임하던 1월20일 저녁 첫 브리핑을 시작으로 매주 월~금요일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시절 새라 샌더스 대변인은 브리핑을 띄엄띄엄하다가 출입기자들과 마찰을 빚은 뒤로는 아예 브리핑룸에 나타나지 않았고, 후임인 스테퍼니 그리셤 대변인은 9개월 재임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백악관 뿐 아니라 국무부와 국방부도 일일 언론 브리핑을 되살렸다.
사키 대변인은 ‘대통령 전용기의 색깔을 어떻게 새로 꾸밀 것이냐’부터 ‘미얀마 사태에 미국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기자들의 질문에 매일 응대하고 있다. 일반 국민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올린 ‘바이든은 어떤 맛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초코칩 아이스크림”이라고 답해주는 등 친근한 백악관의 입이 되려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백악관은 ‘다음 주의 주요 일정’도 미리 공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사키 대변인이 코로나19(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 기후변화(존 케리 기후특사), 인종 평등(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 대외정책(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주제별로 핵심 당국자를 동석시켜 그에게 브리핑의 주빈 자리를 넘겨주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몇 달 전까지 바로 그 자리에서 트럼프는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 직접 나서서 ‘살균제 인체 주입’ 등 비과학적 발언을 쏟아냈다.
정상 찾은 대통령의 시간
트럼프 시절 논란의 대상 중 하나는 대통령의 비공식 개인 시간인 ‘이그제큐티브 타임’이었다.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시간에 트럼프가 무얼 하고 지내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이 시간에 주로 관저에 머물면서 <폭스 뉴스>를 시청하거나 트위트를 날리고 측근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시간은 참모들에 의해 좀더 계획된 형태로 짜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일정은 주로 ‘문고리 3인방’인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애니 토마시니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 운영국장, 애슐리 윌리엄스 오벌오피스 운영 부국장이 짠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바이든은 매일 ‘대통령 정보 브리핑’을 받고,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진전 상황을 보고받으며, 일정과 정책 메모 등이 포함된 ‘일일 브리핑 북’을 읽는다고 한다.
바이든은 특정 사안에 대해 보고서를 읽고 핵심 참모들과 상의한 뒤 외부의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스타일이라고 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당)은 설명한다. 바이든의 전화통화 또한 참모들이 짠 목록에 따라 이뤄진다. 트럼프처럼 갑자기 “아무개 연결해!”라고 소리치는 상황은 드물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백악관 방문자 기록도 분기별로 공개할 예정이다. 오바마 시절 시행했다가 트럼프 때 없애버린 것을 되살리는 것이다.
백악관전환프로젝트의 테리 설리번 사무총장은 “이게 바로 정상적인 대통령의 시간 사용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업무 외 시간
업무 이후의 시간 사용에서도 바이든은 전임자와 큰 차이를 보인다. 바이든은 2월 첫번째 주 밤에 백악관 공보팀 사무실에 ‘퍼스트 독’인 메이저와 함께 예고 없이 방문해 기자들이 무엇에 관심있는지 직원들과 대화했다고 한다. 백악관 공보국장 케이트 베딩필드는 “바이든은 언제나 디테일을 원하고 자기 사람들로부터 직접적으로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백악관에 들어와서도 그 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엔비시>(NBC) 방송에 말했다. 다만 백악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회의는 줄이고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은 대부분의 주말을 골프장에서 보낸 트럼프와도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역시 골프광인 버락 오바마는 8년 재임 동안 라운딩을 333회, 트럼프는 4년 동안 약 300회 했다. 바이든도 고향인 델라웨어주에 두 개의 골프장 멤버십을 가질 정도로 골프를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 당시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은 오바마·바이든과 라운딩을 한 뒤, 이듬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은 나한테 골프 잘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이 골프장을 찾더라도 그 횟수는 전임자들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취임 뒤 첫 일요일인 1월24일 워싱턴 시내의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그의 가족 차량 행렬이 ‘콜 유어 마더’라는 베이글 맛집을 들른 일은 소셜미디어에서 얘깃거리가 됐다. 트럼프가 재임 중 워싱턴에서 백악관 외부의 식당을 이용한 것은 트럼프호텔의 스테이크 하우스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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