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첫 설 맞은 시골마을엔 '적적함'만..세배 대신 영상통화

남승렬 기자 2021. 2. 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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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게 뭔지... 코로나 이후 명절 때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본 적이 없어요. 서울 사는 딸은 작년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못왔어요. 이웃들 사정도 비슷해서 설 분위기가 전혀 전혀 나지 않아요."

이 마을에서만 70년 넘게 거주해 온 A씨는 "작년 추석도 동네가 조용했는데 설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생전 이런 설은 처음"이라며 "친지들이 오지 않아 차례상도 최대한 간소화했다. 서울에 사는 외손주가 보고 싶지만 어떡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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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외손주 볼 날만.. 이런 설 처음"
SK텔레콤이 설 명절 연휴인 1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영상통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사진은 할머니에게 무료 영상통화로 세배를 하는 어린이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SK텔레콤 제공) 2021.2.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영양=뉴스1) 남승렬 기자 =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게 뭔지... 코로나 이후 명절 때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본 적이 없어요. 서울 사는 딸은 작년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못왔어요. 이웃들 사정도 비슷해서 설 분위기가 전혀 전혀 나지 않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상 초유의 '비대면 설'이 현실화되면서 시골 마을의 설날 풍경은 적적함이 묻어났다.

설날인 12일 오전 경북 한 지자체 면사무소 소재지 인근의 한 리(里). 매해 설 당일 아침이면 평소엔 조용하던 마을은 세배를 오가는 일가 친지들의 발길로 분주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방역당국이 설 연휴까지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유지하면서 타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고향 방문을 자제해서다.

약 20가구가 사는 이 동네에 타지의 친·인척들이 고향을 찾은 집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마을이 집성촌이다보니 명절이면 한해의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세배 인사로 잔칫집 분위기가 났지만 올해는 조용했다.

왁자지껄했던 세배 인사는 영상통화를 이용한 안부 인사로 대체됐다.

이 마을에서만 70년 넘게 거주해 온 A씨는 "작년 추석도 동네가 조용했는데 설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생전 이런 설은 처음"이라며 "친지들이 오지 않아 차례상도 최대한 간소화했다. 서울에 사는 외손주가 보고 싶지만 어떡하겠느냐"고 했다.

이 마을에 홀로 사는 박모(87) 할머니는 영상통화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박 할머니는 "일전에 손자가 영상통화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덕분에 이른 아침부터 자식, 며느라와 영상통화를 했다"며 "그래도 적적함은 가시지 않지만 설 명절 이후 사람들이 덜 붐비는 날에 찾아온다고 하니 그때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이모(75) 할머니는 "제일 큰 명절인데 섭섭하지만 서로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어쩌하겠느냐"며 "며칠 전 자식들만 따로 남편이 잠든 영천호국원을 다녀와 올해 설은 조용히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마을 이장 B씨는 "겨울에는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같이 음식을 만들어 드신게 수십 년의 세월인데 코로나 사태로 어른들이 회관을 찾지 못한 게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며 "어르신들이 적적해 하시면서도 정부의 이동자제 방침을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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