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문제로 부친 살해한 20대 男, 항소심서 형량 4년 감소 왜?

원심 징역 16년 → 2심 징역 12년..수원고법 "피고인 주장일부 수용"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보일러 난방문제로 말다툼 하다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경감된 형량으로 선고 받았다.

수원고법 1형사부(노경필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22)에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월25일 오후 4시4분께 가족과 설 명절 인사를 한 뒤 경기 광주시 오포읍 소재 자택으로 돌아온 후 보일러 문제로 아버지 B씨(당시 49)와 말다툼한 끝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B씨와 대화가 단절되는 등 평소 사이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당일, 보일러를 낮게 틀어놨냐는 A씨의 말에 B씨가 "추우면 옷을 입으면 되지 않냐"고 답하자 격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평소 보일러 문제로 B씨와 마찰이 있었던 중, 미리 준비해 둔 흉기를 꺼내 B씨의 복부 2~3차례를 찌르고 얼굴 등에 휘둘렀다. B씨는 병원이송 도중 숨졌다.

A씨는 "자신이 초등생부터 앓고 있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심신장애, 심신상실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우발적 사고로 인한 범행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기간 가정폭력과 무시, 멸시에 따라 육체·정신적 피해를 당했고 평소 앓던 정신장애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지난해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렸던 원심에서 합의부는 A씨가 초등생 시절, 2~3년간 병원치료를 받고 난 이후 치료를 받지 않았고 대입시험까지 준비하는 등 다소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판단해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합의부는 A씨가 B씨와의 갈등으로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고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낸 점, 가족들 식사시간에 자신의 방에 배달음식으로 혼자 식사를 해결한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을 참작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를 평소 사람취급을 하지 않은 B씨의 행동이 이 사건의 원인으로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며 "B씨의 유족, 친구, 지인 등이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살인으로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훼손하고 반인륜적인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A씨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된다"며 "A씨가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자백과 그에 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등 이밖의 다른 제반사정을 모두 고려해 이같이 주문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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