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태양의 시간 1000년 밝혀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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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11년에 한 번씩 극대기와 극소기가 반복되는 활동 주기를 갖고 있다.
나무는 사계절 변화를 겪으면서 1년에 한 개씩의 나이테 고리를 형성하는데, 태양 활동 정도에 따라 그 굵기가 달라진다.
스위스 취리히공대(ETH)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새로운 방법으로 나이테를 분석해 조사한 태양활동 주기를 발표했다.
나이테 안에 탄소동위원소14가 적으면 태양 활동이 더 높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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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활동 정도에 따라 나이테 굵기 달라져
옛 건물 목재 분석해 969~1933년 주기 재구성
태양은 11년에 한 번씩 극대기와 극소기가 반복되는 활동 주기를 갖고 있다. 이를 발견한 독일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 슈바베주기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 주기는 불과 25번째 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 주기를 판단하는 근거인 흑점의 변화를 관측해온 역사가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인류가 태양 흑점을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은 17세기 초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발명하면서부터다.
그런데 망원경 없이도 태양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나이테를 분석하면 된다. 나무는 사계절 변화를 겪으면서 1년에 한 개씩의 나이테 고리를 형성하는데, 태양 활동 정도에 따라 그 굵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이것들을 모아보면 나이테에 담긴 연도의 태양 활동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라면 공식 주기 계산 이전의 태양활동도 추적 가능하다.
스위스 취리히공대(ETH)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새로운 방법으로 나이테를 분석해 조사한 태양활동 주기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국과 스위스에 보관돼 있는 나이테 기록들을 조사했다.
대기중에는 탄소 원자 1조개당 1개꼴로 방사성 탄소(탄소동위원소14)가 있다. 이 방사성 탄소의 반감기는 5730년이다. 따라서 나이테 속의 방사성 탄소 수를 세어보면, 그 나이테가 생길 당시 방사성 탄소의 대기중 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방사성 탄소는 태양계 바깥 먼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우주 입자(우주선)가 대기중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태양의 자기장은 이 우주선이 지구에 오지 못하도록 막는 방패 역할을 한다. 따라서 태양 활동이 강력할수록 광합성 과정에서 나무가 흡수하는 탄소동위원소14의 양도 적어진다. 나이테 안에 탄소동위원소14가 적으면 태양 활동이 더 높다는 걸 뜻한다.
문제는 탄소동위원소14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1980~1990년대에 가이거 계수기가 개발돼 나왔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많은 재료와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가속기질량분석법(Accelerator Mass Spectrometry, AMS)이라는 좀 더 새로운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가속기를 통해 서로 질량이 다른 탄소동위원소들을 분리해내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단 몇시간만에 더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이용해 서기 969년부터 1933년까지의 태양 활동을 1년 단위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슈바베 주기를 서기 1천년까지 확대한 것이다.
나이테를 이용해 태양활동의 역사를 추적하려면 반드시 오래된 나무가 있어야 할까?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해발 3000m 이상 고지대에 수령이 5천년에 가까운 므두셀라나무가 있다. 소나무의 일종인 이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하면 5천년 전의 태양활동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나이테 분석을 위해서라면 굳이 살아 있는 나무를 해칠 필요는 없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현존하는 목조 건물에 쓰인 고대 목재를 분석 재료로 썼다. 예컨대 분석 대상 가운데 하나인 영국 세인트알반스수도원은 11세기에 건축된 건물이다. 연구진은 영국과 스위스의 11개 건물에서 13개의 목재를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확보할 수 있는 나이테는 1만4천년 것까지 가능하다. 이런 나무는 거의 화석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아직 분석할 수 있는 탄소는 풍부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다음 목표는 가속기질량분석법을 이용해 1만4천년 전 나무의 탄소동위원소14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사되면 마지막 빙하기 말기의 태양활동도 재구성할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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