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띠 해의 설 연휴..소 그림에서 느끼는 힘찬 기운

도재기 선임기자 2021. 2. 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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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라지는 세화 풍습 속 소 관련 전시 열려

소띠 해를 맞아 이천시립 월전미술관(경기도 이천시)에서는 소 그림을 모은 기획전 ‘2021 띠그림전-소’가 4월 11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사석원 작가의 ‘왕벚꽃 동산의 황소’(162.2×130.3㎝, 캔버스에 유채).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제공

설날을 전후해 주고 받던 그림이 있다. 세화(歲畵)라 불리는 그림들이다.

묵은 해를 보내면서 나쁘고 악한 기운도 쫓아 버리고, 새해에는 복을 듬뿍 받아 건강하고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그림이다. 조선시대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연하장이면서 또한 부적의 쓰임새도 함께 가진 그림이 세화다.

음력으로 한 해가 바뀌는 이맘 때 쯤이면 세화를 주고받는 등 전통적으로 수많은 세시풍습속이 펼쳐졌다. 갖가지 놀이와 의식 등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 세상의 안녕을 기원했다. 시대변화를 겪으면서 이제 그 많던 세시풍속은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 세화도 급격히 없어지는 세시풍습의 하나다. 물론 일부 화가들은 정성들여 그린 세화를 지금도 나눈다. 요즘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고가기도 한다.

김대열 작가의 ‘심우 1’(127×167㎝, 한지에 수묵, 왼쪽)과 임만혁 작가의 ‘소와 소년 18-1’(87×132㎝, 한지에 목탄채색).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제공

세화는 재앙은 막고 복을 부른다는 상징의 동물이나 인물, 문자 등을 주로 담았다.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그려진 ‘까치호랑이’ 그림이 대표적이다. 좋은 소식을 부른다는 까치나 나쁜 것을 막는다는 호랑이 외에도 용, 돼지, 닭, 소, 뱀, 쥐, 말, 양 등 12지신 동물들이 각자의 상징성을 띠며 세화에 표현됐다. 여기에 청룡과 백호, 주작, 현무 등 4신도의 동물, 고사성어의 주인공 등도 주요 소재였다. 그 해의 띠 동물을 그리는 경우도 많다.

세화의 특징은 형상을 크게 과장해 익살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재미나게 보고 한바탕 웃을 수도 있는 그림이다. 주고 받은 세화는 대문에 큼지막하게 붙이거나 방안에 걸기도 했다.

올해는 신축년, 소띠 해다. 소는 다양한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 덩치가 크고 힘이 세 힘찬 기운을 대표한다. 또 그 성질이 순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동물로 저 먼 옛날부터 인간과 함께 했다. 소와 관련된 풍습,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 이유다. 특히 소는 천리를, 말은 십리를 간다는 뜻의 ‘우보천리, 마보십리’(牛步千里, 馬步十里)란 속담은 비록 천천히 걷지만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가야 할 길을 가는 소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소띠 새해를 맞아 소와 관련된 전시들도 있다.

경기도 이천시의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에서는 기획전 ‘2021 띠그림전-소’가 4월11일까지 계속된다. 고 월전 장우성 화백을 비롯해 오태학, 김대열, 김진관, 김대원, 사석원, 안호균, 임만혁 등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주목받는 한국화 작가들의 작품 2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오태학 작가의 ‘소와 아이들’(136×346㎝, 지본암채, 왼쪽)과 김진관 작가의 ‘향’(190×260㎝, 장지에 채색).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제공

작가들에게 소는 그림의 주요한 소재, 주제로 많이 다뤄져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소의 강건한 기운을 강조하거나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는 친구와 같은 존재, 또 자기 성찰의 상징으로 표현된 소 그림이 선보이고 있다. 작가 마다의 화법, 미감 등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 작품들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월전미술관은 “수많은 소 그림 가운데 정예작가들의 작품만을 선정한 소 그림 전시회”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힘들었던 지난 해를 딛고 새해에는 소처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밝은 기운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태학·김진관·임만혁 작가의 작품에서 소는 순진무구한 아이들과 닮았다. 순하고 큰 소의 눈망울을 통해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되새겨보게 한다. 꿈틀거리며 역동적인 표현을 통해 소의 강한 힘,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내기도 한다. 사석원·안호균 등의 작품이 그렇다. 장우성·김대열·김대원의 소는 다양한 상징성을 띤다. 속세를 벗어나는 탈속의 경지, 힘들게 일을 한 후 풀을 뜯는 소처럼 여유로움을 기대하는 마음, 한 시대 상황을 대변하는 소 등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공간 ON에서는 소띠 해를 기념해 한국·중국 교류전 ‘한·중 소띠’가 3월7일까지 이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띠 해 기념으로 마련한 한국·중국 교류전 ‘한·중 소띠’에 나온 중국 상하이박물관 소장품 ‘소 모양 베개’(송나라, 높이 9,7㎝, 왼쪽)와 ‘소 모양 거울 받침’(명나라, 높이 21.5㎝).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지난 해 중국 상하이박물관과 문화교류 협약을 체결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와 관련된 소장품을 교환하고 자체 소장품을 더해 전시를 꾸몄다. 전시회에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소 모양 제기’를 비롯해 중국 명나라 때의 ‘소 모양 거울 받침’, 송나라 때의 ‘소 모양 베개’ 등이 출품됐다. 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 지역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십이지 문화를 소개하고 한·중 양국의 농경문화, 소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고자 기획했다”며 “소와 관련된 고사를 전시품과 연관지어 만든 애니메이션 영상도 소개한다”고 밝혔다.

전통문화 테마파크인 한국민속촌(경기도 용인시)은 설날과 정월대보름을 맞아 다채롭게 마련한 특별 행사인 ‘새해가 밝았소’를 3월1일까지 펼친다.

민속촌의 소(‘복순이’)와 기념 촬영 등을 하는 ‘소복소복 복순이네’를 비롯해 세화의 탁본 체험, 달집태우기와 지신밟기, 부럼 깨기, 토정비결 보기, 윷점 보기 등 다양한 세시풍속이 날짜별로 펼쳐진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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