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앞둔 야권..국힘조 vs 안금조, 어느 쪽이 셀까요?
[2021 4·7 보궐선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각축을 벌이는 여권과 달리,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야권 후보군은 좀더 복잡하게 나뉘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중도층 공략을 위해 제3지대에 남은 후보들과, 제1야당 후보로 집권세력에 맞서겠다는 후보들 가운데 어느 쪽이 ‘범야권 대표주자’로 선택받을지 주목된다.
양대리그로 나뉜 야권 단일화
현재 야권에서 진행되는 후보 선출 과정은 제3지대와 국민의힘 두 축으로 나뉜다. 먼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제3지대 경선을 통해 3월1일까지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들은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권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며 제3지대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거부했다. ‘국민의힘 후보’ 타이틀로는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 후보가 참여한 당내 경선이 한창이다. 모두 8명의 예비주자가 참여한 국민의힘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들은 합동 토론회 등을 거쳐 3월4일 100% 여론조사로 최종 후보를 뽑는다. 이렇게 선출될 국민의힘 최종 후보는 사흘 앞서 정리되는 제3지대 단일후보와 보수 야권 최종 단일화에 나선다. 두 개의 ‘경선 리그’가 각각 벌어진 뒤, 승자들끼리 최종 결선을 치르는 2단계 단일화 트랙이다.
양대리그, 흥행 대결에 신경전 한창
중도층을 포함한 야권 지지층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이들은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저마다 자신이 포함된 리그가 야권 단일화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3일 제3지대 단일화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금태섭 전 의원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의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며 “저희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예비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예비경선 B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이 제3지대 단일화를 A조로 표현한 이유를 묻자 “야권 후보 적합도가 가장 앞서가는 제가 포함되어 있어 A리그라고 한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러나 당내 경선의 흥행을 이끌어내야 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한국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해 “과거 우리나라 단일화 과정을 보면 큰 당에 뿌리를 가진 당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상례였다”며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못 내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종 단일화를 앞둔 기싸움인 셈이다.
제3지대, 중도 확장력 강점
현시점까지 여론은 제3지대에 머문 안철수 대표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흐름이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에 맡겨 지난 5∼6일 18살 이상 서울시민 8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46%포인트)를 보면, 박영선 전 장관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안 대표(안 대표 46.6%·박 전 장관 37.7%)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39.3% 대 42.3%로 오차범위 안에서 박 전 장관과 경합을 벌였고, 나경원 후보는 36.1% 대 43.1%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이런 차이는 결국 중도 확장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여론조사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안 대표는 이념성향상 중도층에서 박 전 장관을 55.9% 대 27.9%로 크게 앞질렀다. 오세훈 후보는 중도층에서 43.0%를 얻어 박 전 장관(34.2%)에 앞섰지만 격차가 줄었고, 나경원 후보는 박 전 장관과 오차범위(40.1% 대 35.1) 내에서 맞붙었다. 안 대표는 무당층 비율이 높은 20대와 30대 연령층에서도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박 전 장관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엠브레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집권세력에 불만을 가진 중도층과 여권 이탈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정치적 강점으로 내세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야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현시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안철수 대표라는 것은 변화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야권 후보 경쟁력은 결국 어느 후보가 중도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조직과 세력 갖춘 국민의힘, ‘안철수 리스크’ 기다리나
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힘 경선에 소속된 후보군의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두고 견해가 다른 두 세력이 맞붙는 선거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회의원 3석의 작은 정당인 국민의당 소속인 안 대표의 한계가 또렷하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인물로 보면 현재로선 안철수 대표가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당의 조직과 세력이 총동원되는 선거전 양상을 생각하면 최종 단일화 과정에는 팽팽한 백중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될수록 나타나는 지지층 결집 효과로 중도층이 여당과 제1야당 지지로 나뉠 가능성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최종 단일화에 자신감을 거듭 내비치는 데는 이런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특유의 신중함이 단일화 과정의 피로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제3지대 단일화의 ‘리스크 요인’이다. 실제 안 대표는 금태섭 전 의원이 제안한 제3지대 경선을 받아들였지만, 두 후보 간 토론의 시기와 내용 등을 두고 일주일 가까이 실무 협상을 이어가며 줄다리기했다. 금 전 의원 쪽은 설 연휴 이전에 토론을 시작해 3~4차례 토론을 통해 제3지대 단일화 과정의 주목도를 높이자고 제안했지만, 안 대표 쪽은 두차례 토론의 주제에 대해서만 합의한 뒤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지도가 높은 안 대표로서는 단일화 과정의 불안 요소를 줄이고 싶겠지만,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 탓에 제3지대 단일화의 흥행이 떨어질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제3지대 단일화 이후 3월 초부터는 국민의힘 후보와도 단일화 협상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약 한달간 지지부진 협상만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철수 피로도’가 증가할 수 있다”며 “시간은 안철수 대표의 편이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3자 구도 가능성 낮아…설 연휴 뒤 여론 쏠림 가능성”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 3자 구도가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권 심판론의 프레임이 강해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반드시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더라도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인물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와 국민의힘, 두 축의 단일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야권 지지층이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설 연휴 뒤 여론 추이에 따라 야권 단일화의 물결이 한 쪽으로 확 쏠릴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최종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질문지를 어떻게 구성할지,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할 것인지 등 세부 사항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한 과정을 거친 야권 단일화가 얼마만큼의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홍형식 소장은 “왜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 당위성과 비전을 두고 경쟁해야 시너지가 극대화되는데, 현재까지는 안철수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이 자기 중심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감정 대립하는 모양새만 노출됐다”며 “단일화의 에너지 자체가 많이 약화돼 이후에 그 불씨를 잘 살려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절 여부가 단일화 시너지의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30~40대를 중심으로 한 여권 우위의 유권자 구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야권 단일화가 시너지를 내려면 갈 곳 없는 보수를 모두 흡수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분리된 이미지로 중도를 포섭할 수 있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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