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소식 물고 왔니? 교동도 제비야! [정동길 옆 사진관]

권도현 기자 2021. 2.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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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설 연휴를 앞둔 8일 오후 인천 강화군 교동도 대룡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구매한 가래떡을 들고 걷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는 북한의 시장을 본떠 만든 대룡시장이 있습니다. 교동도로 피난 온 황해도 연백군에 살던 북한 주민들이 한강 하구가 분단선이 되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백시장을 생각하며 만든 시장입니다. 차 한대 지나가기도 힘든 골목에는 양옆으로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 / 권도현 기자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 / 권도현 기자


한 때 4천명이 넘는 실향민들이 터를 잡았던 곳이지만 이제는 45명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1960~7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들은 실향민 2세들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쓴 듯한 옛 모습의 간판과 나무로 된 미닫이 문으로 된 가게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 / 권도현 기자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 / 권도현 기자
황해도 연백군 지역에서 먹던 연백 찹쌀떡. / 권도현 기자


방앗간에서는 쉴 새 없이 가래떡이 뽑아져 나왔습니다. 시민들은 줄을 서서 가래떡을 한아름 사서 돌아갔습니다. 옆 골목 한과집에도 손님들이 줄을 서 한과를 사고 있었습니다. 연백 찹쌀떡이나 강정 등 골목마다 북한에서 온 간식거리들도 가득했습니다.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 / 권도현 기자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 안에 있는 공중전화기. / 권도현 기자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대룡시장은 활기찾습니다. 간식거리를 손에 든 시민들을. 대룡시장 구석구석에는 옛 공중전화나 대통령 후보 포스터 등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물건들이 보물처럼 숨어 있습니다.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에서 고양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인천 교동도 대룡시장 골목의 모습. / 권도현 기자
대룡시장에 있는 제비모형. / 권도현 기자


대룡시장 곳곳에는 제비집과 제비모형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여름이면 제비들이 돌아와 제비집이 많습니다. 실향민들은 제비들이 분단선을 너머 고향 땅에도 다녀 왔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동도의 제비는 귀한 손님입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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