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발' 낙인 이후..줄폐업으로 '글로벌 다양성' 사라질 위기
"광진구발 코로나라고 안 하는데..이태원만 유독 낙인 심해"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 이태원 자영업자들은 집합금지 명령으로 영업을 못 하거나 하더라도 손님이 크게 줄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태원발(發) 집단감염'이라는 낙인으로 이태원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진 이유도 있다.
일각에선 손해가 누적된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고 외지인들이 빈자리를 채우게 될 경우 이태원이 획일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태원의 자영업자들의 손해를 줄이고 이태원의 가치를 보전하려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방문객 급감, 공실률 최고 수준…"이태원만 유독 낙인 심해"
지난 6일 방문한 이태원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이태원로에는 몇몇 커플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가야 했던 좁은 골목길은 한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태원은 건대, 종로 등 다른 유명 상권보다 피해가 컸다. '2020년 서울 지하철 수송 인원 통계'를 보면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역으로 명동역, 종합운동장역에 이어 이태원역이 3위를 차지했다.
유동인구가 줄면서 공실률 역시 치솟았다. 이태원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6.7%로 명동(22.3%)이나 광화문(15.3%)보다도 높았다.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 8.8%의 3배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은 원인으로 '이태원발'이라는 낙인을 꼽았다.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언론, 정부 등은 이를 '이태원발 집단감염'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태원 자영업자 이모씨는 "이태원은 학생도 회사원도 없는 관광지"라며 "'이태원발'이라는 낙인으로 사람들이 안 오니 피해가 극심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자영업자 황모씨도 "광진구 헌팅포차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와도 광진구발 집단감염이라고 안 한다"며 "왜 우리한테만 낙인을 찍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은 이태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갑다 보니 구청에서는 더욱 영업 제한을 풀어주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는 춤을 추거나 합석하지 않는 등을 명시한 '확약서'를 작성하면 헌팅포차, 감성주점의 영업을 허용해주기도 했다. 확진자가 대거 나온 광진구 헌팅포차 업주도 이런 확약서를 작성하고 영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태원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구에서는 확약서 작성을 통한 영업 허가를 검토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씨는 "무대를 없애고 테이블만 깔아서 호프 장사처럼 하겠다고 했는데도 구청은 허락해주지 않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사라지는 이태원의 '기록'…코로나 이후엔 어떻게 바뀔까
이태원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상가들은 최근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다국적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열대 칵테일을 파는 한 술집은 최근 영업을 종료했다. 2004년에 문을 열고 15년 넘게 장사를 해왔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방송인 홍석천씨는 2000년 커밍아웃으로 방송에서 쫓겨나자 이태원에 터를 잡고 약 18년간 식당 운영을 해왔지만, 최근 식당을 모두 정리했다. 그의 말로는 이태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준 곳이었다.
강원래씨도 90년대에 자신과 당대 춤꾼들의 주 무대였던 '문나이트' 클럽의 이름을 따 2018년에 주점을 열었지만, 결국 코로나19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운영을 포기했다.
이태원을 생활 터전으로 살아왔거나 온몸으로 역사를 기록해왔던 사람들이 떠나고 외지인들이 이곳을 채우게 되면 이태원이 획일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원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현종씨(36)는 "이태원에서는 여러 가지 컨셉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자영업자들이 많았는데 상당수 빠져나갔다"며 "점점 영업이 힘들어져 큰 기업들만 들어올 수 있게 되면 이태원이 다른 상권과 비슷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절실…구청장 적극 나서 달라"
이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심각한 피해를 본 이태원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오천진 용산구의원은 지난 6일 제262회 용산구의회 임시회에서 "1997년 지정된 서울시 최초 관광특구인 이태원은 언론, 정부로부터 '이태원발'이라고 낙인찍힌 이후 빛을 잃은 유령도시로 전락해버렸다"며 "지역경제 전체가 고사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 규모에 합당한 수준의 지원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지난 3월 코로나19가 확산했던 대구·경북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돼 전기·도시가스요금 등의 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태원 자영업자들은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나서서 이태원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도록 적극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특별재난지역은 지자체장인 지역대책본부장이 중앙사고대책본부장에 건의하고 중앙안전대책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선포한다.
이씨는 "용산구청장이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이태원발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해주고 이태원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정부에 적극 건의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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