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정세균 '삼국지'인가, '13룡 열국지'인가..점점 안갯속인 여권 대선 구도

박홍두 기자 2021. 2.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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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직은 정말 누가 될 지 모른다”.

내년 차기 대선을 1년 정도 앞둔 현재, 여론조사상 여권의 대선주자 경쟁 구도는 의외로 확연한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위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를 멀찍이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모를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론조사에서 흔히 말하는 ‘후보들의 지지 추세’까지도 명확해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모른다고만 한다. 왜일까? 1년 동안 ‘경천동지’할 이슈가 발생할 것을 예감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 3명 외에도 ‘13룡’에 달하는 후보군의 상승세를 예측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은 정치권조차도 예상치 못한 ‘대선판’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난무하기 시작한 이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부터)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명·이낙연·정세균 ‘삼국지’의 본격화

이재명 지사, 이낙연 대표, 정세균 총리 등 세 사람의 경쟁구도는 지난 1년 사이에 큰 역전이 이뤄진 상황이다. 내내 대선 주자 1위를 기록하던 이 대표가 이 지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까지 밀리면서 3위로 내려앉은 터다. 연초 ‘사면론 역풍’까지 맞은 이 대표는 의외로 3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그 사이에서 이 지사는 ‘복지’를 이슈로 내걸면서 특유의 저돌적인 정치를 정책에 연결시키며 민심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지지율은 미미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사령탑인 정 총리의 상승세도 무섭다.

세 사람의 ‘삼국지’는 내년 대선 준비의 해인 올해 들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형국이다. ‘발화점’은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등을 포함하는 ‘기본소득’에서 시작됐다.

이 지사가 자신의 지론이기도 한 기본소득을 지난해 코로나19 정국의 시작부터 주창하고 나서면서 여권 내부 논쟁이 불거졌지만 대선 준비의 해인 올해초에서야 대선주자들 간의 설전에 불이 붙었다.

이 지사가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에 기름을 부으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 논란이 시작되자 재정당국이 반발했고, 여기에 이 대표와 정 총리가 참전하면서 격화된 모습이다.

이 지사가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여론전에 나서면서 호응을 얻은 반면, 이 대표는 전직 대통령 사면론으로 역풍을 맞으면서 하락을 자초했다. 정 총리는 뒤늦게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만 아직 파급력은 그리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세 사람의 경쟁 구도를 가를 첫 번째 분수령은 오는 4월 7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산 시장 등 재·보궐선거의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선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 지사와 정 총리와 달리 당대표인 이 대표의 운명이 갈음될 수 있는 판이기 때문이다.

서울·부산 시장 중 ‘2승’을 할 경우 이 대표의 위상은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되겠지만 ‘2패’로 끝날 경우 그의 대선 가도는 먹구름이 끼는 날씨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부산 중 서울에서 패배할 경우에도 향후 대선 행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2일 통화에서 “부산보다 전국 규모에서 인구가 많은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그 결과가 ‘대선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분수령’은 차기 당대표 선거다. 이 대표가 당헌당규상 사직기한인 다음달 8일 사퇴하면 그 공석을 채우기 위한 여당 대표 선거에 돌입하게 된다. 우원식·송영길·홍영표 의원 등이 이미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들 중에 어떤 사람이 되느냐 여부도 관건이 될 수 있다. 진보진영 전체를 안으려는 우 의원을 제외하곤 송·홍 의원 등은 당내 주류인 ‘친문(재인)계’에 호소하고 있는 터다. 결과에 따라 친문 성향의 후보가 당대표에 오를 경우 올해 후반기부터 진행될 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3룡’은 언제 나오나?

문제는 이들 세 사람의 경쟁구도에도 불이 붙었지만 모두의 시각이 이들에게만 집중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여권에서는 이들의 ‘삼국지’ 외에도 ‘13룡’이 뛰어드는 ‘열국지’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13룡의 주인공으로는 ‘이재명·이낙연·정세균’을 제외하고 ‘김경수·김두관·김부겸·박용진·이광재·이인영·임종석·양승조·최문순·추미애’ 등이 꼽힌다.

이재명·이낙연·정세균으로 대표되는 세 사람의 경쟁구도에 피로감을 느낀 여론이 새롭게 여권의 후보군에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지층을 중심으로 가장 먼저 소환을 받고 있는 것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다.

김 지사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친문계 지지층의 강한 지지를 받는 인사로 분류된다. 대법원 확정 판결 여부가 관건이지만 그의 대선행 가능성은 살아있다.

추 전 장관의 경우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최일선에서 뛰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대중적인 확장성보다는 지지층에게만 몰두하면서 ‘편향된 지지’만 받는다는 지적이 크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를 제대로 관리해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86그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끊임 없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다. 최근에는 ‘잠행’ 끝에 잇따라 SNS 글을 올리면서 이재명 지사를 직격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2030세대를 중심으로 86그룹에 대한 비판 대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임 전 실장 역시 이제는 과거의 인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이후 우상호 서울시장 후보의 박 전 시장 옹호 등 86그룹 특유의 집단적인 정치 문화를 비판하는 여론도 거센 터다.

이광재 의원 역시 ‘원조 친노(무현)’ 그룹의 지지를 받지만 86그룹으로서 대중적인 지지를 받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해 8·29 전당대회 출마가 ‘패착’이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당 안팎의 신뢰가 큰 김 전 의원이 섣불리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을 두고선 대선행을 비롯해 정 총리에 이은 차기 국무총리설도 나온다.

의외로 여당 내에서도 선뜻 대선주자로 생각지 않았던 김두관·박용진·이인영·양승조·최문순 등 주요 인사들의 이름도 솔솔 거론된다.

이들 중에서는 박용진 의원이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전국 투어’를 다니고 있다. 진보 정당 출신으로 보수를 아우르는 합리적인 정치를 주창하면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경우 86그룹의 수장격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북 관계에서 성과를 낼 경우 대선 주자로서 부각될 가능성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민주당에서는 결국 올해 말에서야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유례 없이 50%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다음 정권도 민주당이 재집권할 수 있지 않겠냐는 자신감이 크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누구나 다 ‘잠룡’인 상태”라며 “코로나19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올해 연말쯤에는 13룡의 경쟁구도가 2~3명으로 좁혀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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