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여행 갈 수 있을까? '백신 여권' 어디까지 왔나

황시영 기자 2021. 2.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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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뉴욕 라과디어 공항 /AP=뉴시스

올해 추석 전에는 해외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앞으로 전세계 여행·출장에는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신 여권이란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다. 이는 스마트폰 앱이나 '디지털 지갑'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타당성 검토하라"…독일·프랑스 등은 반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백신 여권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유럽에서는 정부, 항공 및 정보기술(IT)업계, 비영리기관이 백신 여권 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유럽은 지난달 말 아이슬란드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부한 것을 계기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유럽연합(EU)에 백신 여권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IATA의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사무총장은 이달 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백신 접종과 함께 백신 여권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사진=트위터

스페인, 덴마크, 스웨덴, 헝가리, 그리스 등은 백신 여권 발급 계획을 밝혔다. 최근 덴마크 정부는 "향후 3~4개월 내 디지털 백신 여권을 도입하겠다"면서, 여권을 소지하면 여행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음식점, 컨퍼런스, 음악회, 스포츠 행사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EU 내 이견도 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은 백신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고, 접종자들이 백신을 맞은 뒤에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어서 백신 여권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영국은 지난달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오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영국이 주도해 '백신 여권 표준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나딤 자하위 백신담당 정무차관이 백신 여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백신 여권이 현재로서는 극소수에게만 부여될 것이기 때문에 차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EU 전체 인구의 5% 이하이다.

지난달 EU 회원국 정상들은 화상회의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 문제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일단 의료 목적의 백신 접종 증명서 표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선에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밖에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녹색 여권(green passport)'이라는 이름의 백신 여권을 발급할 예정이다. 출입국 등에 활용하는 백신 여권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녹색 여권 소지자는 봉쇄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국내 여행, 모임이나 행사 참여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항, 직장·학교, 경기장 입장시 백신 접종 입증해야"
IBM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디지털 헬스 패스' 앱. 공항, 대학, 직장, 콘서트장, 경기장 등에 입장하기 위해 필요한 발열 검사나 코로나 검사, 백신 접종 기록 등을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다./사진=IBM 홈페이지
앞으로 해외 여행이나 출장에서만 백신 여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직장, 학교, 도서관, 스포츠 경기장, 콘서트장에 가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백신 여권 앱이 필요할 수 있다.

해외 기업과 단체들은 이미 개발에 나섰다.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코먼스 프로젝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은 '코먼패스' 앱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해당 앱을 이용하면 사람들은 코로나 검사 결과는 물론 병원·의료 전문가들이 발급한 백신 접종 증명서 자료를 입력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먼패스 앱 개발에는 53개국 35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 등은 제외한 채 입국하려는 국가의 보건 당국에 백신 증빙용 QR코드 등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코먼스 프로젝트는 이미 캐세이퍼시픽, 루프트한자, 유나이티드항공 등 항공사 등과 협업하고 있다.

IBM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헬스 패스' 앱을 개발했다. 공항, 대학, 직장, 콘서트장, 경기장 등에 입장하기 위해 필요한 발열 검사나 코로나 검사, 백신 접종 기록 등을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 등으로 구성된 자발적 연합체 '백신증명이니셔티브(VIC)'도 스마트폰 앱으로 백신 접종을 증명할 수 있는 세계 공통 국제전자인증서 개발에 나섰다.

비영리기구 '리눅스 파운데이션 공중보건'은 '코로나19 증명서 계획(Covid-19 Credentials Initiative)'과 함께 조직화된 대응을 준비 중이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백신 증명서를 보관하고 다른 나라로 가는 항공기에 타거나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콘서트장에 입장할 때 이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에티하드항공, 에미리트항공은 향후 수주내 탑승객의 백신 여권 소지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백신 여권과 관련해 NYT는 "전세계에서 통용되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개인의 부(富)나 스마트폰 접근성에 상관없이 접근가능한 문서 또는 앱을 만들려는 노력"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리는 언제 안전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지, 언제 국가들이 입국제한을 완화할지 모른다. 한 가지 아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여행은 그 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신 여권은 특정 국가에서 온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도착 승객에게 코로나19 검사 및 음성 결과를 요구하며, 도착 즉시 자가격리하도록 하는 현재의 규칙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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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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