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수당 제대로 받으셨습니까?..'체불' 대처법

홍진아 2021. 2.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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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회부는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절박한 문제 중 하나인 '임금 체불' 문제를 둘러싸고 그 실태와 대안을 [뉴스9]에서 연속 보도했습니다.

설 연휴에도 출근해 일하시는 분들 있으실 텐데요. 원래는 쉬는 날인데 출근하셨다면 휴일 근로 수당은 제대로 받으셨나요?

직장인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임금 체불 유형 중 하나가 이런 '초과근로 수당' 등 각종 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 문제입니다.

■ 유명 패션스타일리스트 업체 6곳, 임금체불 확인됐지만...

2017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 유명 패션스타일리스트 '보조'로 일했던 이 모 씨는 당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일당 2~3만 원을 받으며 일했습니다.

새벽부터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이틀 연속 쪽잠을 자고 밤새워 일한 적도 있었지만, 업계 관행상 수당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내 뒤늦게 4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업무 지시 내용이 담긴 SNS 기록이 있었기에 사업주도 체불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씨가 정리한 근무 일지


'청년들의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요청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최근 유명 패션스타일리스트 업체 6곳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최저임금 미지급 등 5가지 법 위반사항이 확인됐습니다. 여기에는 이 씨가 일했던 곳도 포함됐습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수당을 못 받고 일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은 겁니다.

근로감독으로 체불이 확인돼도 밀린 수당을 받으려면 당사자가 직접 신고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청년유니온 문서희 기획팀장은 "대부분 현직에 있고,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정리하는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혀 신고하기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합니다.

■ 수당 신청하기 눈치 보여..."근로자가 수당 신청 안 한 것"

파리바게뜨 일부 제빵기사들이 연장근로수당을 못 받았다며 지난달 SPC그룹의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지방노동청에 고발했습니다. 제빵기사들은 "연장근로를 신청하면 사측의 눈치를 봐야 했다"며 수당을 청구할 수 없었던 날들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측의 한 관리자가 연장 수당을 청구하지 않은 일부 제빵기사들의 출퇴근 시각을 연장근무가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장 근로가 발생했는데도 제빵기사가 수당 청구를 안 한 경우, 상부에 사유를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관리자를 포함한 담당자 3명은 감봉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피비파트너즈는 "제빵기사가 1분이라도 수당 신청을 하면 지급하고 있고, 임금 체불은 전혀 없었으며 현재 수당 지급에 문제가 없는지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야근했는데... "포괄임금 계약이라 줄 수 없다"

서울 종로의 귀금속 거리에 있는 작은 공장에서 화려한 보석 등을 만드는 세공 노동자들에게 공짜 야근은 일상입니다. 대부분 연장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월급으로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 계약'을 맺고 일하기 때문입니다.

한 세공 노동자는 매일 1시간 넘게 야근을 했는데 수당을 제대로 못 받았다며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포괄임금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체불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서울 종로 귀금속 공장에서 야근하고 있는 한 세공 노동자


포괄임금제는 법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 일종의 관행입니다.

고용노동부 지침상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고, 사측과 근로자 간 명시적 합의가 있을 때만 성립됩니다. 또 포괄임금 계약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김정봉 금속노조 주얼리 분회장은 "귀금속 업계는 출퇴근 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데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사업주가 하고 싶은 대로 야근을 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지방노동청조차 이런 지침을 노동 현장에 엄격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제가 완전히 금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주는 '계약상 문제가 없다', 근로자는 '야근을 더 했는데 연장근로 수당을 제대로 못 받았다'며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포괄임금제로 인한 체불 문제 상당수는 민사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포괄임금제가 정당한 대가 없는 장시간 노동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체불 막겠다던 정부

수당 체불 문제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환경과 연관이 있습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의 인원을 뽑아서 장시간 노동하는 임금체계에서는 임금구조가 복잡해지고, 포괄임금제 관행이나 체불 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수당이 체불했을 때 노동자가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업무에 대한 근로시간 관리를 사업주가 기본적으로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했을 때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사업주가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서도 근로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불이 발생하게 되고, 돈을 받으려는 노동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상황인 겁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이 체불당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일명 '칼퇴근법'을 도입해 출퇴근 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하는 제도를 만들고,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포괄임금제 관련 실태조사를 한 뒤 검토 중"이라며, "노사 간 의견 차가 커 명확하게 언제 지침이 나올지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출퇴근 시간 의무기록제는 "현재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아 버린 상황에서 수당 체불에 대비하려면 노동자가 체불의 증거를 잘 모아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신고와 소송에 대비해 임금 명세표와 공식적인 근로시간 기록, 상사가 연장 또는 휴일 근로를 지시한 녹취나 대화 기록 등 증거를 잘 챙겨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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