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설]②"처가·시댁 안 가요..이번 명절은 우리끼리"

공지유 2021. 2. 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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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지만 코로나 시대의 설을 맞는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치만은 않다.

결혼 5년차인 김지현(36·가명)씨도 이번 설 명절은 시댁에 가지 않아도 돼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린 아이가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작년 추석 명절 때도 시댁과 친정에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손주를 보고 싶다는 아쉬운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시가에 다녀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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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모임 금지'에 시댁 안 가는 신혼부부
"결혼하고 첫 자유..부모님과 오붓하게 보내요"
"그냥 오면 안 되냐" 시댁·처가 아쉬움에 고민도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지만 코로나 시대의 설을 맞는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치만은 않다. 코로나19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츠러든데다, 거리두기 연장으로 가족끼리 모이는 오랜 풍습도 옛말이 됐다. 신축년 20~60대들의 목소리를 통해 설날을 맞는 세대별 천태만상을 4회에 걸쳐 구성해 봤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결혼 후 두 번째 설 명절을 맞는 새신부 강지윤(36·가명)씨. 원래대로라면 이번 설날에도 남편과 함께 시댁에 가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댁을 방문하면 ‘5인 이상’ 모임이 돼서 벌금을 내게 될까 두려워 강씨 부부는 시댁과 처가에 가지 않기로 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가 막 확산하기 시작한 작년 설 명절땐 시가에 다 같이 모여 시누이와 담소를 나누기도 했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서 시가 식구들의 환영을 온몸으로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방침이 더 강해져 모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시댁과 처가에서는 모두 아쉬워하는 눈치다. 며느리와 사위를 볼 기회가 명절 아니면 없는 탓에 “일일이 검사도 안 하는데 그냥 오면 안되겠느냐”는 아쉬운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혹시라도 내려갔다가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모르는 데다가, 역학조사에서 5인 이상 모임을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구상권 청구를 당할까 두려워서 쉽게 그러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강지윤씨 부부는 결국 각자의 부모님을 방문해 서로 따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시국으로 결혼 전 명절의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설레기도 한다.

강씨는 오랜만에 남편 없이 부모님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사위를 보고 싶어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참아 달라고 부탁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결혼 5년차인 김지현(36·가명)씨도 이번 설 명절은 시댁에 가지 않아도 돼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린 아이가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작년 추석 명절 때도 시댁과 친정에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손주를 보고 싶다는 아쉬운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시가에 다녀와야 했다.

이번 설날에도 “언제 내려올 거냐”는 전화를 받았는데, ‘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 때문에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다. ‘몇 개월에 한 번 보는 건데 그래도 와야 하는 게 아니냐’,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이는 데 빠질 거냐’는 성화가 돌아왔다. 김씨는 어떻게 해야 식구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며칠 동안 머리를 감싸고 고민한 끝에 겨우 설득에 성공했다.

한 번 모이면 열 명이 넘게 만나는 시댁 모임에서 김씨는 명절마다 새벽같이 2시간 거리를 달려가 식사를 준비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만 돌아오면 몸살로 며칠을 앓아야 했다. 또 시댁에서 먼저 시간을 보내다 보니 피곤해서 친정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던 때가 대부분이어서 부모님께 미안해해야 했다.

티를 내지 않긴 했지만 김씨는 이번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 덕분에 한시름 놓게 됐다며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친정에서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난 뒤 오라고 해서 김씨는 명절 동안 오랜만에 집에서 밀린 드라마를 돌려 보며 리모콘을 손에서 놓지 않을 예정이다.

물론 손주를 보고 싶어하는 시부모가 신경 쓰이긴 한다. 김씨는 아이와 함께 명절 당일 영상통화로 시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다음 명절에는 선물을 준비해 시댁에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공지유 (notice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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