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이색 설 연휴..'4인 차례·4인 성묘' 진풍경도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2021. 2. 1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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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여파로 예년과 다른 설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1월 국내에서 본격 확산된 후 이번이 세 번째 맞는 명절이지만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이색 풍경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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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모임 금지에 부모님 시간차 방문..비대면 가족 만남 잇따라
[서울경제]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역 역사 안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동헌기자
고향을 방문하는 한 가족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부산행 KTX에 탑승해 따로 떨어져 앉은 채 물건을 주고받고 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이번 설 연휴 귀성객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성형주 기자

# 직장인 이 모(29) 씨 가족은 친척들과 설 연휴 동안 언제 할머니 댁을 방문할지 순번을 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시행되면서 친척들이 할머니 댁에 한꺼번에 모일 수 없어서다. 논의 끝에 설 당일 아침은 이 씨 큰아버지 가족, 오후에는 이 씨 가족이 할머니 댁을 찾기로 했다. 이 씨는 “방역 수칙을 어길까 고민도 했지만 코로나19에 걸리면 회사나 학교에서 불이익을 입을까봐 결국 순번을 짜게 됐다”고 말했다.

설 연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여파로 예년과 다른 설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1월 국내에서 본격 확산된 후 이번이 세 번째 맞는 명절이지만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이색 풍경이 예상된다.

‘4인 차례, 4인 성묘’가 대표적이다. A(55) 씨 가족은 차례 상을 준비하기 위해 그를 포함해 형·누나·어머니까지 딱 4명만 모이기로 했다. 해외 출장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명절 때 빠진 적이 없는 A 씨는 4명만 모여야 하는 상황이 어색하기만 하다. A 씨는 “방문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아 음식도 간소하게 준비하기로 했다”며 “무엇보다 어머니 건강이 염려돼 사람들과의 접촉은 최소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B(39) 씨는 사촌형과 논의 끝에 각자 자녀 1명만 데리고 조부모 성묘를 다녀오기로 했다. 평소 명절에는 B 씨 가족 4명과 사촌형 가족, 큰아버지까지 10명 내외가 성묘를 했는데 이번에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4명만 가기로 했다.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차례나 성묘 사진·영상 등을 가족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납골당을 운영하는 주요 지차제들도 방문자 숫자를 ‘1가족 4명 이내’로 제한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덕연기자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귀향을 포기하는 대신 비대면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으로 가족들을 만나는 가정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모(89) 씨는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으로 아들 내외, 손주들과의 만남을 대신하기로 했다. 전 씨의 손녀 D 씨는 “할아버지를 직접 못만나는 것은 아쉽지만 건강하게 계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 씨 가족은 각자 준비한 영상 편지를 함께 보는 등의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설 차례 상 상차림 부담에서 벗어난 며느리들은 크게 반기는 눈치다. 명절에 선물만 보내거나 시댁에 가더라도 일찍 돌아올 계획을 잡는 사람이 다수다. 매년 명절마다 시댁에 가서 차례 음식을 준비했던 맏며느리 안 모(61) 씨는 “시댁 식구들과 상의해 올해는 36년 만에 각자의 집에서 설날을 보내기로 했다”며 “하늘이 수십년 만에 주신 휴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준생이나 결혼 적령기 미혼 남녀들도 한숨을 돌렸다. 취업 준비생 김 모(28) 씨는 이번 설 연휴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했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만큼 ‘취업 잔소리’를 예년보다 적게 들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김 씨는 “시험 준비 등 준비할 것이 많아 설 연휴를 전부 쉬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차라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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