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조승우의 어퍼컷을 보았다..맨오브라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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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일의 기다림.
연말 덮친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개막을 수 차례 연기했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7일차 공연이 열렸다.
맨오브라만차는 2005년 국내 초연 후 9번째 시즌을 맞았다.
조승우·홍광호·류정한이 '돈키호테'(세르반테스)를 번갈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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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홍광호·류정한 '돈키호테' 열연
꿈을 향한 용기와 도전의 가치 전해
53일의 기다림. 지난 9일 오후 잠실 샤롯데씨어터 로비는 인산인해였다. 연말 덮친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개막을 수 차례 연기했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7일차 공연이 열렸다. 매표소, 포토존, 굿즈샵, 오페라글라스 대여소 등에 긴 줄이 늘어섰다. 굿즈샵 내 몇몇 상품은 일찌감치 품절되기도 했다. 팬데믹 가운데 관객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지만, 마스크 너머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설레임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맨오브라만차는 2005년 국내 초연 후 9번째 시즌을 맞았다. 그동안 70만 명이 관람한 인기작이다. 특히 올해 캐스팅은 '피케팅'(피튀기는 티케팅)을 부를 정도로 화려하다. 조승우·홍광호·류정한이 '돈키호테'(세르반테스)를 번갈아 연기한다.
이날은 조승우가 돈키호테로 열연했다. 첫 번째 넘버 '서곡'(주요 넘버 메들리)이 울려퍼진 후 무대가 열렸다. 무대는 스페인의 지하감옥으로 꾸며졌다. 신성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직접 쓴 희곡 '돈키호테'를 죄수들 앞에서 공연하며 자신을 변론하는 극중극 형식이었다.
극중극의 주인공은 라만차에 사는 노인 '알론조'다. 알론조는 자신을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하고 '산초'와 모험을 찾아 떠난다.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호기로 충만하다. 하지만 외양은 초라하고 행동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풍차를 거인이라며 달려들고, 허름한 주막을 성으로 착각해 주막 주인에게 기사 작위를 달라고 우긴다. 창녀 '알돈자'를 고귀한 레이디 '둘시네아'로 부르며 무릎을 꿇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돈키호테를 '미친X'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하이라이트는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르는 순간이다. 이 넘버는 꿈을 향한 용기와 도전이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1막 마지막. 돈키호테는 당당하게 허리를 펴며 냉소와 체념에 빠져 살던 알돈자 앞에서 노래한다.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2막 마지막에서는 돈키호테 덕분에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알돈자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쓰러진 알론조 앞에서 노래한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이거 당신이 한 말인데 / 싸움 이길 수 없어도, 기억 안 나요"라고.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는 순간들이다.
알돈자 역은 윤공주·김지현·최수진이 번갈아 연기한다. "주인님이 살짝 맛이 가신 건 알지만, 그런 주인님이 그냥 좋다"는 산초 역은 이훈진과 정원영이 맡았다.
본공연 후 이어진 커튼콜. 조승우는 관객석을 향해 손키스를 날린 후 트레이드 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리를 펼쳤다.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이들에게 날리는 한 방이었다. 샤롯데씨어터에서 3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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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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