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섬 특수배송] ② 특수배송비 책정 기준 없이 엿장수 맘대로

백나용 2021. 2. 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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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보낼 땐 특수배송, 섬에서 육지로 보낼 땐 일반배송
전문가 "과당출혈경쟁으로 발생한 손실 도서·산간서 만회 추정"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를 비롯한 도서·산간 지역은 택배 운송 시 '특수 배송비'가 추가된다. 섬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배송을 위해서 항공기나 선박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하지만 택배사마다 비용이 제각각인 데다 물건값과 비교해 택배비가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도 많아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렇다면 도서·산간 지역 택배 운송 시 추가되는 특수배송비는 어떻게 책정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확한 기준이 없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배 화물 운송사업자의 경우 요금을 신고해야 하는 운송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아 배송비용과 특수배송비 등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택배사별로 정한 특수 배송비는 천차만별이다.

실제 택배사별 홈페이지를 보면 택배 무게와 크기별로 제주지역 특수배송비는 2천500원∼4천원까지 다양했으며, 추가운임이 정확히 표기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택배 운송사업자 측은 운송 거리와 화물 크기에 따라 배송비를 책정하고는 있지만, 복합적인 운송체계 때문에 정확한 배송비 산정 방법에 대해 세세하게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또다시 의문이 생긴다. 정말로 섬으로 배송하기 위해서는 택배 1개당 4천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필요할까.

한승철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한국물류원과 로지스올 주최로 열린 제주미래물류포럼에서 발표한 '전 국민 생활 물류 해결을 위한 추가 배송비 진단과 개선' 연구에 따르면 제주로 오는 택배 1개당 해상운송비는 500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 연구위원은 "택배 차량 선박 운임은 평일과 공휴일, 공차와 적차 등으로 구분해 적용된다"며 "4.5t 화물차의 경우 적차일 때는 36만∼50만원 내외의 요금을 낸다"고 설명했다. 공차는 화물칸이 빈 상태를, 적차는 화물칸에 화물이 들어찬 상태를 뜻한다.

보통 4.5t 화물차 1대에 1천 상자 정도가 실리므로, 적차 선박 운임을 50만원으로 가정해 단순하게 계산하면 1상자당 해상운송비는 500원이다.

택배 물류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특수배송비가 실제 택배 1개당 추가되는 해상운송비보다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8배까지 높게 책정된 셈이다.

도서·산간 지역 주민은 왜 이렇게 특수 배송비가 높게 산정됐는지 알지도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추가 택배비를 내고 있다.

전남 일부 섬은 다리를 연결해 차로 오갈 수 있지만, 도서 지역으로 간주해 여전히 추가 배송비가 부당하게 부과하고 있기도 하다. 주먹구구식 특수배송비 산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통업자(판매자)를 통해 추가 배송비가 또다시 제멋대로 책정된다.

유통업체의 경우 거래량에 따라 택배사와 차등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특수배송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판매자가 할인된 가격에 택배 배송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소비자 역시 싼 값에 택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받은 택배비로도 마진을 남긴다.

물건값을 내리는 대신 택배비를 올려 받는 식의 '눈속임'도 비일비재하다.

온라인 구매사이트에서 같은 제품을 사면서도 특수 배송비가 2천500원에서 8천원, 심하면 2만원까지 널뛰는 이유다.

온라인에서 파티용품을 판매하는 A(32·여·서울)씨는 "신생 업체여서 택배 물량이 많지 않고 상자가 가로·세로 50㎝로 커 택배비가 다른 대형 유통업체보다 높은 1개당 2천원 후반대로 책정돼 있다"며 "도서·산간 지역 특수배송비는 1개당 1천600원 정도인데 이 역시도 비싸게 산정된 것으로, 부피가 작고 물량이 많은 업체는 훨씬 싼 값에 택배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업체 대부분에서 택배비로도 마진을 남기지만, 신생 업체의 경우 택배비 마진을 남기지 않고 할인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며 "제주지역 업체에서 육지로 배송되는 물건에 특수배송비를 추가하지 않는 이유도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엿장수 마음대로 붙이는 추가 배송비로 제주도민은 매년 837억∼977억원을 고스란히 덤터기를 쓰고 있다.

택배 배달 <<연합뉴스TV 캡처>>

한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제주도민이 부담한 택배 물류비는 1천749억원이다.

이는 평균 택배 단가(2천269원)와 특수배송비를 4천원을 더한 후 물량을 곱한 결과다.

하지만 해상운송비 적정가인 500∼1천원을 반영해 적정 택배 요금을 계산할 경우 제주지역 연간 택배 물류비는 최소 772억원에서 최대 912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위원은 "도서·산간 지역에 택배를 배송할 때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용자가 특수배송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해상운송에 따른 적정한 해상 추가 비용이 아닌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책정한 비용을 도서·산간 지역 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택배업체 난립과 과당출혈경쟁으로 일반지역에서 발생한 손실을 도서·산간벽지에서 만회하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며 "물류는 생활에 필요한 복지 서비스로, 국토부가 지역별 운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직접 특수배송지역을 정하고, 해상운송에 따른 적정한 해상추가 비용을 산정해 권장 및 지도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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