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로봇·자율주행택시가 사람 대신 '투잡' 뛴다
앞으로 10년 뒤 기존 PC방은 ‘VR·AR방’으로 전환되고, 배달로봇·드론(무인기)이 택배 기사를 대체하게 된다. 또 이 무인이동기술을 응용한 ‘이동식 편의점’과 소유자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자율주행 로봇택시 서비스’로 자동 전환되는 ‘무인 라이드쉐어링(Ride Sharing)’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로 부상하면서 이른바 ‘투잡(Two Job·두 가지 일)’ 형태도 바뀌게 된다.
이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2021년 비대면사회의 10대 미래 유망 기술’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원격수업, 온라인 쇼핑 등 우리 삶의 ‘비대면화’는 이미 시작됐고, 5G(5세대 이동통신), VR·AR(가상·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으로 점점 더 빨라지는 추세다.
보고서는 이런 변화 속에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며 선제적·전략적으로 접근하라고 강조한다. KISTEP 측은 “현재 비대면 기술의 완성도가 낮아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이번에 제시한 10대 기술이 고도화되면 우리 사회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고객맞춤형, 초고속, 고신뢰성 비대면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간담회, 전문가·일반시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종 선정된 10대 기술은 △비침습 생체정보 기반의 심혈관질환 관리 기술 △교통약자를 위한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 △LXP((Learning eXperience Platform) 기반의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 기술 △자율주행 기반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서비스 △지능형 엣지 컴퓨팅 △ VR·홀로그램 기반의 실시간 협업 플랫폼 △인터페이스의 벽을 허무는 비욘드 스크린(Beyond Screen) 기술 △초연결 시대의 사이버 지킴이, 인공지능 보안 기술 △비대면 초실감 미디어 제작 및 중계 기술 △온라인 쇼핑 쓰레기를 줄이는 녹색 포장 기술 등이다.
2030년 전세계 VR·AR 시장규모 1.5조 달러 급팽창
이중 ‘VR·홀로그램 기반 실시간 협업 플랫폼’은 각 기업·개인들이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AR·홀로그램 응용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현재 VR·AR 관련업계 현황을 보면 삼성, LG가 VR 및 홀로그램 제품·기술을 개발 중이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11월 얇은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SK브로드밴드는 모바일TV ‘옥수수’에서 VR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와 별개로 이용자들이 직접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T리얼 VR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KT는 대관령 의야지마을에 ‘평창 5G 빌리지’를 조성, 세계 최초로 5G 네트워크를 적용하고 AR·MR(혼합현실), 홀로그램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해 방문객들에게 관광 안내, 특산품 판매, 드론 체험 등을 제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1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홀로그래픽 테이블탑형 단말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2019년에는 홀로그램 시야각을 최대 30도까지 높인 픽셀 기술을 개발했다. VR 시장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며, 아직 대규모 VR 서비스 사업자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도 VR·AR의 장점을 융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혼합현실 플랫폼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S는 제조사와 개발자, 다양한 유통사들과 협력해 보다 풍부한 MR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윈도 MR 기기’는 헤드셋에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시야 범위를 감지하고 외부 센서 없이 사용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 가능하며, 삼성을 비롯해 레노버, HP 등 6개사에서 판매 중이다.
구글은 ‘데이드림’ 브랜드로 넷플릭스, 훌루, LG 유플러스 등 다양한 사업자들과 연계한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인수한 뒤 가상공간용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발표했으며, 최근 뇌 신호를 이용해 컴퓨터와 통신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AR 영역에 후발주자로 뒤늦게 진출했지만 'WWDC 2017' 행사에서 개발자를 위한 증강현실키트(AR Kit)를 공개하고, 아이폰8 이후 모델부터는 증강현실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웨이브옵틱스’(WaveOptics)는 홀로그램 기술을 사용해 제품과 기기의 품질을 강화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독일 VR 기업인 ‘크라이텍’(Crytek)은 세계 유명 산을 가상체험하는 ‘더 클라임(The Climb)’을 출시해 실감 있는 그래픽 기술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박노언 KISTEP 연구위원은 “미래사회는 AR·VR 기술을 활용해 거리에 상관없이 여러 사람들이 3차원 가상환경에서 공동작업이 가능한 미래 컴퓨팅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월 4억 명이 모바일 VR·AR 앱을 사용할 것이며, 기존 PC방이 VR·AR방으로 전환되는 새 트렌드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또 테마파크 규모의 VR·AR 체험관도 다수 개설돼 VR·AR의 저변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KISTEP은 오는 2030년 글로벌 VR·AR 시장규모가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한 실감 경제 관련 세계 일자리는 2019년 82만 명에서 2030년 2336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기술 붐에 편승하려면 먼저 콘텐츠 제작 도구의 외산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위원은 “VR·AR콘텐츠 제작에 사용되는 3D 모델링 도구를 해외제품에 의존하면서 구매 비용과 로열티 지급액이 증가하고 있다”며 “디지털콘텐츠 제작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VR·AR 표준화가 미흡해 업체별 제각각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어 공인 인증기관의 고증·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고도화로 '무인 라이드쉐어링' 시대 임박
‘자율주행 기반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서비스’는 무인 이동체를 활용해 최종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 시범서비스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배달 음식 앱(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실내외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 ‘딜리드라이브’를 지난해 9월 발표했다.
로보티즈는 배달로봇 분야로는 최초로 2019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심의에 통과하고 2020년 3월부터 실외 자율주행 로봇과 앱을 연동한 ‘로봇의 비대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기업인 언맨드 솔루션사도 상암 문화광장 일대에서 보도·공원 등을 주행하며 택배를 배송하는 자율주행 배달로봇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 위원은 “도로와 건물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프라와의 연동기술이 표준화되고 보급돼 층간 이동 등의 문제도 해소되며, 5G, 와이파티(Wifi)6 등의 통신기술도 보편화 돼 배달로봇에 필요한 수준의 통신 인프라 구축도 완료됨에 따라 미래사회는 현재의 배달 오토바이들이 점차 배달 로봇·드론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오는 2030년 온라인시장의 급성장으로 배달 로봇과 드론이 택배 기사를 대체하고, 이 기술을 활용한 ‘이동식 편의점’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교통약자를 위한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는 장애인, 노약자가 대중교통, 공유차량 등 다양한 이동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이동·안전·편의 혜택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 통해 청각 장애인의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와 자율주행 로봇택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소유자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무인으로 ‘라이드쉐어링’하게 돼 새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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