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잘리고 대학은 '인강'..'진퇴양난' 대학생들 휴학 '물결'
생활비 충족 어려워 고향행..이래저래 엑소더스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올해는 이미 휴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업도 비대면이라 혼란스러운 데다 캠퍼스 사용도 원활하지 않고, 이 시기에 학교를 다니는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요. 근데 나와서도 딱히 갈데가 없어요. 알바 구하기도 만만치 않고, 인턴을 구하는데도 많지 않네요."
서울 동북권에서 사립대를 다니며 지난해 3학년을 마친 진모씨(26)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태한 삶만 살았다고 평가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비대면 수업만 들으니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고, 여지껏 학교 생활이 이렇게 재미가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학교를 다니며 스트레스였던 조별과제 마제도 그립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의 휴학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대학은 올해도 비대면 수업을 계획 중이다.
실제로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2373명 대상으로 휴학 계획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이 휴학을 계획 중이라 응답했다.
휴학 이유는 학년 마다 조금씩 달랐다. 휴학을 하겠다고한 학생 중 1학년 47.2%와 2학년 44.2%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의의 질이 떨어져서라고 답했다. 3학년은 진로 고민때문이라는 답(45.4%)이 많았고, 4학년은 취업 준비(65.6%)를 위해서라는 이유가 절반을 훌쩍 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2학년의 경우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 복학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등록금은 그대론데 비대면 강의의 질은 낮고, 친구들과 캠퍼스 생활도 같이 못한다는 것에 손해를 느낀다는 얘기도 있었다.
서울의 모 대학 게시판에 자신을 1학년이라고 소개한 A씨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건지 인강을 듣는 건지 구분이 안된다"며 "아마 역사상 가장 우울한 1학년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저학년 남학생의 경우 '입영'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이 시기 군대를 다니는 것보다 군대를 서둘러 다녀오는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병무청에 따르면 이달에 입영하는 육군 동반입대병은 1264명 모집에 7382명이 지원, 5.8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은 2.1대1이었다. 다음달인 3월에 입영하는 해병대 일반병 모집도 5.4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고학년 혹은 자격증 취득과 외국어에 집중하는 학생들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워킹홀리데이로 외국에 나가는게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박모씨(22)는 "애초 계획은 군대를 다녀온 뒤 학교는 한 학기만 다니고 곧바로 외국에 나가려고 했지만 코로나로 모든게 꼬여버렸다"며 "휴학 후 국내에서 할 일들을 찾고 있는데 인턴 하나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이 워킹홀리데이로 많이 떠나는 호주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워홀러 숫자가 급감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호주 뿐 아니라 유럽이나 일본 등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도 비자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에는 휴학을 할 계획이 없었지만 수입이 없어 부득이 휴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코로나로 몰락한 대학교 상권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서울 동대문구 한 대학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0)는 아르바이트생 2명을 모두 해고했다. 매출이 줄어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충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기서 일했던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월세 등 생활비를 알바로 충당하던 학생들이었다"며 "그만 둔 학생들 모두 생활비 충당이 어려워 휴학을 하고 고향에 내려가거나 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학생들의 구직난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는 200만명이 넘는다.
고용시장도 좋지 않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98만2000명 줄었는데, 그 중 청년층 취업자(15~29세)는 31만4000명 감소하며 지난해 2월부터 1년째 내림세다.
대학생 진모씨는 "알바나 인턴 기회가 줄어도 알음알음 과외 자리로 생활비를 벌곤 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을 꺼려하는 가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휴학을 해도 갈 곳이 없으니 막막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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