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설이라도 가게 문 못 닫죠"..호프집 두 사장님의 한숨
생계·기업형 자영업자 모두 허덕.."제발 영업제한 완화를"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설에도 가게 문을 열 겁니다. 제 생업이니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두 번째 명절인 설이 찾아왔지만. 자영업자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오후 9시 영업제한 등 방역조치로 인해 적자만 쌓여도, 가게 문을 열어야 먹고 살 수 있어서다.
4년째 서울 송파구에서 프랜차이즈 맥줏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김기현씨(38·가명). 김씨는 설 연휴 전날인 10일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늘이 그나마 대목인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의 가게는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가 시작된 지난 11월 말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다. 매일 문을 열어도 적자만 월 500만원 가까이 나오는 상황이다.
49㎡ 남짓한 작은 가게지만 테이블 회전률이 높아 손님이 하루에 20~25팀씩 찾았던 매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아야 5팀 정도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2차로 찾는 맥줏집 특성상 오후 9시 이후에야 가게가 활기를 띠는데 영업제한 조치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19가 없을 때는 하루에 100만원씩 매출이 나왔는데 지금은 평균 매출이 80% 줄었다"며 "그나마 매출 비수기인 겨울이라 다행이지, 한창 매출이 잘 나오는 여름이었으면 더 타격이 컸을 것 같다"고 착잡해했다.
그래도 주변 가게 사장들보다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아직까지 가게 임대료를 밀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김 사장 본인이 더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했다. 그는 현재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과외와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뛰고 있다.
지난해에는 3000만원의 급전도 빌려 그나마 숨통을 텄다. 건물주에겐 "이번 달만 사정을 이해해주면 안되겠냐"고 아쉬운 소리를 하며 1달치 임대료를 감면받기도 했다.
한때 김씨를 돕던 직원·아르바이트생은 6명이었는데 지금은 3명뿐이다.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반토막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가게가 일찍 문을 닫으면서 열심히 일하던 친구들을 내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영업제한이 풀린다고 해도 나간 직원을 다시 오라고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만 "그래도 직원들이 사정을 먼저 이해해주고, 나갔다가도 흔쾌히 돌아와준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번 설 연휴에도 김씨는 '4시간 오픈' 생활을 이어간다. 오후 5시에 문을 열고 9시에 문을 닫을 계획이다. 직장인에겐 명절이 연휴지만, 자영업자에게는 '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휴에 직원들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하고, 본인은 가게를 지키며 일하는 게 사장의 역할"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딸린 식구가 없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와 같은 '생계형' 자영업자가 아니라, 가게를 여러 개 운영하는 '기업형' 자영업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규모가 큰 만큼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등 가게 유지비가 곱절 이상 들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구, 강남구에 5개의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민도준씨(44·가명)는 월 5000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3개월째 보증금을 까먹고 있다. 민씨는 "이미 가게 2곳은 폐업을 생각하고 부동산에 내놨지만 문의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투자한 금액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내놔도 거래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이 시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매장을 인수하지 않는 게 지금의 시장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정부의 각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을 뿐 아니라, 기존 대출 이력 때문에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역시 지원받지 못한다.
민씨는 "우리 가게는 누적 적자가 1000만원 단위라 다른 가게 사장님들처럼 배달, 투잡 등으로 손실을 메울 수 없다"며 "보증금도 화수분이 아닌만큼 영업 제한 조치를 계속해서 버틸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민씨 역시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이번 연휴에도 매일 가게에 들려 팔을 걷어붙일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설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15일 0시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오는 13일 발표한다. 이번 발표에 수도권 시설도 비수도권 시설처럼 오후 10시까지 영업제한 시간을 늘릴지 주목된다.
수도권 일부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유지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며 제한 시간 이후에도 가게의 불을 켜놓는 '점등시위'를 이어왔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Δ오후 9시 영업시간제한 폐지 Δ자영업자가 참여하는 방역기준 조정기구 설치 Δ소급적용 가능한 손실보상특별법 즉각 제정이다.
벼랑 끝에 몰린 두 자영업자는 지난 7~9일 진행된 '자영업자 점등시위'에도 나선 바 있다. 셋째 날 점등시위에 참여했다는 김씨는 "다른 요구사항보다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실보상도, (정부와 자영업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방역기준 조정기구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주면 필요가 없다"며 "영업시간 제한이 불가피하다면 각 업종, 업장의 특성을 고려해 형평성에 맞게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시위에 함께 한 민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이 됐고, 앞으로 2~3년 갈 수도 있는데 영업제한 조치만으로 지속할 수는 없다"며 "이제는 자영업자들이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문 닫으라고 쉽게 말하지 못하게 이전 손실에 소급적용이 가능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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