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500m? 3km? 오락가락..'예방 처분'이 최선?

진희정 2021. 2.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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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닭과 오리 등 조류들 사이에 유행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 조류인플루엔자.

2003년 국내 첫 AI 발병 이후 확진 농가 반경 500m였던 예방 처분 범위는 전년도 유행 규모에 따라 여러 차례 조정을 거듭하다, 2018년부터 반경 3km가 됐습니다.

다만 사육 형태나 위생 관리 수준 등에 따라 예방 처분도 달라져야, 농가들이 평소 방역에 힘쓰는 등 실질적 예방도 이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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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으로 가금을 긴급 처분하는 현장.


■ 조류인플루엔자 차단 방역, '예방 처분'이 최선?

겨울철 닭과 오리 등 조류들 사이에 유행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 조류인플루엔자.

AI로도 불리는 이 가축 전염병에 대한 방역은 코로나19 감염병 대처와 꽤 닮았습니다.

유행 시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 농장 사이의 사람과 차량 이동을 자제하는 '거리두기' 가 이뤄지고, 마스크를 쓰듯 농장 출입자는 덧신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또 확진자가 나오면 밀접 접촉자를 분류해 격리하는 것처럼, AI도 일단 고병원성이 확인되면 주변 농가에 대한 차단 방역 조치가 이뤄집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는 격리 기간을 두고 예후를 살피는 코로나19 밀접 접촉자와 달리, AI는 일정 범위 내 가금 모두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처분된다는 겁니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 없이 가금을 파묻어야 하는 '예방 처분'. 20년 가까이 거듭되는 AI 피해 속, 과연 최선의 방역일까요?

■ 예외 없이 반경 3km… 확진 사례 웃도는 선제적 처분


이번 겨울 충북에서 AI로 처분된 가금은 (2021년 2월 9일 기준) 257만 마리에 달합니다. 피해가 가장 컸던 2016년 392만 마리에 이어 두 번째 규모입니다.

실제 고병원성 AI 확진 농가는 2016년 85곳의 10분의 1도 안 되는 7곳.

확진 사례보다 처분된 가금이 급증한 건, 주변 예방 처분 범위가 크게 확대된 탓입니다.

2003년 국내 첫 AI 발병 이후 확진 농가 반경 500m였던 예방 처분 범위는 전년도 유행 규모에 따라 여러 차례 조정을 거듭하다, 2018년부터 반경 3km가 됐습니다.

이 같은 방역대 조정으로, 이번 겨울 충북에서는 확진 농가의 가금 118만 마리를 뛰어넘는 29개 농가 139만 마리가 선제적으로 처분됐습니다.


■ "방역대 재조정? 처분 기준 재정립부터"

AI 예방 처분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최근 재조정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철새가 곧 떠날 무렵이기 때문에, 과연 (반경) 3km가 최선인지 아니면 혹시 다른 방법은 없는지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 지난 5일 국회 384회 5차 본회의)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 요소인 북방 철새가 떠나면 방역대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건데, 예방 처분 범위가 축소되더라도 축산 농가들이 이를 환영하기만 할진 미지수입니다.

확진 농가와의 물리적 거리만을 따지는 처분 기준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축산 차량이나 인력의 교류 등 역학 관계가 없어도, 산 등에 가로막혀 이른바 수평 전파가 쉽지 않은 지형적 특성에도, 방역대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일괄 처분해야 하는 방역 기준은 논란일 수밖에 없습니다.


■ 질병관리등급제 현실화… '처분' 아닌 '예방'에 방점을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고 전파가 빠른 AI에 차단 방역은 필수입니다.

다만 사육 형태나 위생 관리 수준 등에 따라 예방 처분도 달라져야, 농가들이 평소 방역에 힘쓰는 등 실질적 예방도 이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방역 당국은 이미 이런 취지의 질병관리등급제를 도입해 가축전염병 예방·관리법 등에 명문화했습니다.

하지만 농가 지원 사업의 평가 요소 등으로 일부 쓰일 뿐, 정작 방역에는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AI 피해가 거듭될 때마다 예방보다는 행정 편의상 일괄 처분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기도 합니다.

'예방 처분'이라는 이름으로 파묻은 가금들, 진짜 예방 효과가 있었는지 축산 농민들은 되묻고 있습니다.

진희정 기자 (5w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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