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 입힌 25주년 기념공연..뮤지컬 '명성황후'

강애란 2021. 2.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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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루' 형식 탈피..국악기 추가하고 LED패널로 무대 구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가 한국적 색채를 짙게 덧칠하고, 더 젊어져서 돌아왔다.

25주년 기념공연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던 만큼 작품은 구석구석 신선함을 품고 있다. 제작사 에이콤은 2년에 걸쳐 공연 내용의 절반 이상을 손봤다고 했다.

뮤지컬 '명성황후'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달 2일 본격적인 막을 올린 공연은 서사가 강화되고, 볼거리가 화려해졌다. 무거움을 덜어내고 좀 더 가벼워졌다는 인상도 풍겼다.

사극이 갖는 한계인 고루한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이번 공연을 진두지휘한 윤홍선 프로듀서는 앞서 '젊은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송스루(Song Through) 형식을 탈피해 대사를 추가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이야기의 줄거리가 더 명료해지고, 캐릭터들의 특징이 살아났다. 극의 기반이 되는 역사적 사실도 더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전한다.

음악은 확연히 한국적 색채가 짙어졌다. 한국 뉴에이지 음악의 거장 양방언이 새롭게 합류해 전곡을 편곡했다. 여기에 김문정 음악감독의 지휘가 더해졌다.

오케스트라에는 이전 시즌에 없던 가야금, 대금, 태평소, 피리, 징, 북, 장구, 꽹과리 등 국악기가 추가됐다. 국악기가 덧입혀진 음악은 무인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장면이나 명성황후가 원자를 잉태하게 해달라고 치성을 드리는 장면 등에서 흥겨움과 구슬픔을 더 한다.

그렇다고 전통음악의 색채가 강해진 것은 아니다. 국악기는 자신만의 색깔을 또렷하게 보여주면서도, 기존 오케스트라와 잘 어우러져 튀지 않는다. 양방언의 뉴에이지 음악 감각이 세련됨을 더한다. 지휘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맡았다.

뮤지컬 '명성황후'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외관적으로는 무대 변화가 눈에 띈다. 구조물 대신 대형 LED 패널이 들어선 무대는 장면에 맞는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특히 2막에서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으로 명성황후를 시해하려는 일본군과 나라를 걱정하는 명성황후를 영상으로 무대를 이중으로 나눠 교차하며 보여주는 장면은 극의 긴박함을 끌어올린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명성황후'가 전하는 감동은 여전하다. 작품에는 명성황후의 여성으로 사는 삶과 군주로서 고뇌가 담겨있고, 1895년 10월 8일 을미사변의 역사를 당시 조선을 둘러싼 어지러운 국제 정세와 혼란으로 요동치는 국내 정치 분위기를 반영해 보여준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 '백성이여 일어나라' 합창 장면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끌어내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시해된 명성황후가 울분 속에서도 일제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으로 한국인이라면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 수밖에 없다.

짙게 깔린 푸른색 조명 아래 명성황후를 중심으로 쓰러졌던 인물들이 새하얀 옷을 입고 하나 둘씩 모여드는 장면은 어떠한 군무보다도 웅장하다. 초연 때는 이 장면 이후 막이 내리고 8분간 관객석의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였다.

뮤지컬 '명성황후'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명성황후'는 우리나라의 역사뿐 아니라 국내 뮤지컬 분야에도 뜻깊은 작품이다. 국내 뮤지컬의 역사는 '명성황후'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성황후'가 탄생하기 전 국내 공연은 미국과 영국의 작품들을 번안해 소개하거나 해외팀이 내한공연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창작 뮤지컬, 그것도 대극장에 올릴 대형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맞아 1995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을 올린 '명성황후'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국내뿐 아니라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 진출하면서 세계에 한국인이 만든 한국 이야기를 선보였다.

이번 25주년 공연은 '명성황후'가 기존에 누리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작품을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흐뭇함을 산다. 라이선스를 들여와 공연하는 해외 작품들이 갖지 못하는 창작 뮤지컬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다. 게다가 앞으로 또 다른 변화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 기대를 하게 한다.

공연은 당초 폐막일보다 열흘 연장돼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뮤지컬 '명성황후'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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