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뗏'·'차강사르'..비슷하면서도 다른 각국의 '설날'
오늘(12일)은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설날은 오랜만에 일가친척들을 만나 음식을 나눠 먹고 담소를 나누는 등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이런 설날 ‘행복’한 모습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렵게 됐다.
많은 사람이 비록 고향을 찾지 못하고 가족들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내년 설날에는 그리운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올 설날은 각자 차분하게 보낼 것으로 보인다.
흔히 설날 하면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우리의 설날과 같은 명절이 엄연히 존재하고 이날을 축복하며 즐긴다.
설날을 맞아 다양한 의미를 지닌 각 나라의 명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중국 '춘절'
유교권 문화인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설날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음력설을 ‘춘절’이라고 부르는데 음력 1월 1일이다. 중국에서 춘절을 보내는 것을 과년(過年)이라고 하는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데, (천지신명과 조상들에게) 지난해의 풍요로운 가을걷이에 대해 감사하고 올해의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기 위해 생긴 명절이 바로 춘절이다.
이번 중국의 춘절은 2월 11일부터 18일까지다. 그동안 중국의 춘절 전체 연휴 기간, 이동객은 연인원으로 30억 명이나 됐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겠다며 중국 정부가 이동 자제령을 내렸다. 그래도 연인원 10억 명이 넘게 이동할 것으로 중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설날 중국에서는 우리가 먹는 떡국 대신 만두의 일종인 ‘자오쯔(餃子)’를 먹는다.‘자오쯔’는 곡물 반죽으로 만든 피로 각종 고기와 야채소를 싸서 찌거나 구워서 만드는 중국 전통 만두다.
해가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交子(교자,자오쯔)'와 발음이 같은 데서 유래한 풍습이다. 중국인들은 이 음식을 먹으면 귀와 입이 열려 복이 몸속으로 들어온다고 믿는다.
중국의 새해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요리가 바로 생선요리다. 중국어로 생선을 뜻하는 위(鱼)와 풍족함, 복, 여유 등을 뜻하는 위(餘)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이날 많은 중국인이 생선요리를 먹는다.
대표적인 설날 풍습으로는 폭죽놀이를 꼽을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시곗바늘이 새해 자정을 가리키면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푹죽을 터트린다. 악한 귀신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담긴 행동이다. 또 여럿이 함께 어울려 사자 탈춤을 추기도 한다.
춘절 아침에는 일찌감치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 사람들이 친지나 가까운 사람을 찾아다니며 세배(拜年)를 한다. 물론 축하와 덕담이 오가고 세뱃돈을 주는 것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홍바오[紅包]라고 불리는 세뱃돈 봉투는 붉은색으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설날 선물로는 붉은색 내복, 양말, 허리띠 등이 인기다.
춘절 기간에는 집집마다 연화(年畫)를 사서 실내에 붙인다. 봄을 맞이하는 기쁨을 표현하고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 연화는 사악한 귀신을 쫓는 신의 모습, 복이나 행운을 기원하는 내용, 신화·고사나 풍속을 그린 것 등 소재가 매우 다양하며, 최근에는 영화배우나 풍경화 등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춘련(春聯)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붉은 종이에 검은색이나 황금색으로 길상이나 축복의 말을 적어서 대문에 붙이는 것을 가리킨다. 붉은 종이에 복(福)이나 춘(春)을 써서 실내에 거꾸로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인의 가정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 대만 '춘절'
대만 설날은 중국과 여러모로 닮았다. 이름과 풍습도 유사하고, 먹는 요리도 비슷하다. 다른 점은 연휴 기간이다. 대만의 이번 설 연휴는 10일부터 16일까지다.
대만에서도 설날 붉은 봉투에 담은 세뱃돈을 준다. 재밌는 건 보통 짝수의 지폐를 준비하는데, 이는 짝수(4 제외)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만인들은 설날 전날인 음력 12월 31일, 온 가족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한다. 이 식사는 꽤 중요한 문화이기 때문에 이날 많은 상점이 일찍 문을 닫는다.
설날 새해 상차림에 꼭 등장하는 메뉴가 있는데 그건 바로 닭 요리다. 닭을 의미하는 ‘찌’(雞) 글자와 대만어의 '집'(家)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대만 사람들은 첫날 가족 등의 건강을 기원하며 닭을 먹는다.
여기에 중국처럼 생선 요리는 필수다. 특이한 점은 생선을 다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유는 생선을 뜻하는 위(魚)의 발음과 '남다'는 의미의 위(餘)의 발음이 같아서, 조금 남겨야 올해도 풍족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베트남 ‘뗏’
베트남에서 음력 1월 1일을 ‘뗏’(Tet)이라 부른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명절이고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이다.
베트남의 명절 풍습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조상이나 신(神)에게 제사를 지낸 뒤 친척이나 주변 이웃들을 방문해 서로 덕담을 나누고 복을 기원하며, 어린이들에게는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설음식은 ‘바인쯩’ 이라고 부르는 찹쌀떡이다. ‘바인’은 ‘빵’, ‘쯩’은 ‘자박자박한 물에 찌다’라는 뜻이다. '바인쯩’은 바나나 잎으로 감싼 사각형의 찹쌀떡 안에 돼지고기와 녹두를 같이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약한 불에 3시간 이상 쪄내야 하는 대표적인 슬로푸드로, 한 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바람을 담아 정성스럽게 만든다.
또 베트남에서는 설날 전에 수박을 준비했다가 설날에 손님들이 모이면 수박의 가운데를 자른다. 이유는 많은 베트남인이 자른 수박 속이 빨갛게 익은 정도를 보고 한 해의 길흉을 점치기 때문이다.
이밖에 새해가 되면 남부 지방은 풍요와 희망을 뜻하는 노란 색의 매화꽃을, 북부 지방은 행운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복숭아꽃을 집안 곳곳에 장식한다.
■ 몽골‘차강사르’
몽골의 음력설 명칭은 ‘차강사르(Tsagaan Sar, 하얀 달)'. '차강사르'는 몽골어로 직역하면 '하얀 달'이라는 뜻인데 몽골에서는 흰색을 평화, 순수 등을 상징하는 가장 좋은 색으로 여겨서 이날이 몽골 최대의 길일이다.
몽골인들은 새해 첫날 행운을 비는 의식으로 산에 올라 돌탑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새해를 시작한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또 설날이 되면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는데 우리의 절 대신 덕담을 주고받으며 뺨을 대는 정도라고 한다.
이날 몽골인들은 양고기로 속을 채운 만두(보쯔)나 우유로 만든 차갈릭이란 음식을 먹는다. 명절 때 인기 있는 선물은 사탕으로, 단 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다.
■ 말레이시아 'Chinese new year's day'
말레이시아는 음력 1월 1일이 되면 3일을 쉰다.
설날 풍습으로 먼저 홍등을 장식한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빨간색은 불운을 쫓고, 행운을 불러오는 상징적인 색이다.
대문 앞에 붉은 전등과 꽃장식을 달아 올 한 해도 무탈하기를 기원한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붉은 봉투에 담은 세뱃돈을 주고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행운을 의미하는 파인애플로 만든 과자나 음식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설날, 생선과 함께 얇게 썰어 절인 야채를 섞어 만든 생선 샐러드인 어생을 먹는다. 테이블 가운데에 두고 모두 함께 일어나 섞은 뒤, 샐러드를 집어 위아래로 들었다 놓는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때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고 말레이시아인들은 믿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인 귤은 금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설날 때 자주 먹는다. 조롱박은 길한 숫자인 '8'과 비슷하게 생겨 장식품으로 애용한다.
이밖에 인도에서는 설날이 되면 온 가족이 마당에 모여 우유와 쌀을 넣고 죽을 끓인다. 죽을 끓이면서 한 해의 길흉을 점치는데, 죽이 잘 끓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이때 잘 끓은 죽을 무화과잎에 싸서 친척들에게 선물한다.
최순권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설날은 아시아 국가마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지만, 가족 및 이웃들과 정을 나누고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의미는 비슷하다”며 “가족들이 모여 건강과 덕담을 나누는 것은 가족을 중시하는 아시아 국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정원 기자 (jws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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